현대차의 '보다 나은 삶' 해법,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착용만으로 작업강도 낮추는 '근력보상모듈'…B2B 기반 유럽 정조준
고양(경기)=허인혜 기자공개 2024-11-28 16:32:1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무동력 착용로봇 '엑스블 숄더'를 입고 3kg 아령을 들어봤다. "어라, 생각보다 무거운데요"라고 말하자 착용을 도와준 관계자가 "장치를 해제하고 차이를 느껴보라"며 왼팔의 장비를 풀었다.장치를 팔에 고정해주는 벨트가 풀리자마자 아령을 꽝 소리나게 내려놓고 말았다. 아령은 생각보다 무거운 게 아니라 '정말' 무거웠다. 그런 장비를 번쩍 들게 만드는 도구가 엑스블이다. 근력이 없는 사람으로서 평소라면 절대 높게 들지 못했을 5kg 아령도 체감상 절반이 채 안되는 무게로 느껴졌다. 실제로도 최대 60%까지 근육의 피로도를 줄여준다.
◇입어봤더니…무거운 기구 손쉽게 들어 '윗보기' 작업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7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Wearable Robot Tech Day)를 개최하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최초 공개와 함께 사업화 계획도 발표했다.
엑스블은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산업용 착용 로봇이다. 전동 시스템 대신 근력보상모듈을 적용해 보조력을 생성해 준다. 별도로 충전할 필요 없이 입는 것만으로도 능률을 높여준다는 이야기다. 엑스블 숄더를 사용하면 어깨 관절 등의 부담을 최대 60%까지 낮춰준다.
제품의 무게는 약 1.9kg. 입고 작업을 하는 용도로는 무겁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착용해본 느낌은 두꺼운 후드티셔츠나 겨울용 스웨터 정도였다. 1.9kg의 무게감이 온전히 느껴지지는 않았다.
차체 밑판에 너트를 조여 작은 판을 붙이는 작업도 체험해 봤다. 너트를 돌리는 기구는 맨손으로 들기에는 꽤 묵직했지만 엑스블 착용 후에는 기구의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키가 작아 따로 구비된 발판에 올라가 작업할 만큼 손을 쭉 뻗었어야 했는데 작업하는 팔과 손에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도 신기했다.
이렇게 팔을 들어 작업하는 방식을 '윗보기'로 부른다. 엑스블 숄더는 이 작업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엑스블 라인업을 전신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허리 보조기구인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와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X-ble MEX)'를 개발 중이다.
◇"'작업자 보호' 관심 높은 독일·프랑스 우선 진출"
로보틱스랩은 2018년부터 산업용 착용 로봇개발에 착수해 2022년부터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외 생산공장에 시범적용해 왔다. 피드백과 보강 작업을 통해 상용화 단계까지 진입했다. 28일부터 판매에 나선다. 국내 산업현장에는 내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상무)은 "주문이 들어오면 컨설팅 과정을 통해 어떤 제품이 적합한지, 몇 대가 필요한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실제로 외부 현장에 제품이 투입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 전망한다"고 했다.
2025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를 우선 공급한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27개 계열사와 건설, 조선, 항공, 농업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외의 글로벌 기업으로도 판매 대상을 늘린다는 목표다. 북미 시장은 펜데믹에 따라 근로자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작업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은 작업자 보호에 관심이 큰 만큼 우선적으로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도 밝혔다.
◇사업성보다 '인류 보편 서비스' 초점 맞춘 웨어러블 로봇
이날 설명회에서는 사업성과 매출에 관련한 명확한 지표는 부재했다. 가격이나 수요 예측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부문이 아니어서 구체적 수치를 드러내거나 사업성을 강조하지는 않겠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방침으로 보였다.
설명에 나선 현 로보틱스랩장 등 발표자들도 사업성보다 '서비스'라는 측면에 더 초점을 맞췄다. 정리하자면 상용화를 통해 더 많은 양의 판매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복지를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으로 들렸다.
생산성 향상과 기업의 비용 절감을 묻는 질문에 현 로보틱스랩장은 "작업자들의 부담을 얼마나 더 덜어주느냐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측면이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도 핵심 키워드였다.
다만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의 규모 등을 토대로 기대하는 사업 효과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24억 달러 수준에서 2033년 136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며 "제조업 이외에도 의료 및 건강관리,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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