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문혁수호 1년] 커지는 '애플 딜레마', 팀 쿡의 연이은 중국행 촉각③아이폰 부품 경쟁 심화, 품질·단가 싸움 격화 전망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05 13:07:55
[편집자주]
문혁수 대표가 LG이노텍을 이끈 지 1년이 흘렀다. 기존 정철동 대표의 성과가 워낙 뛰어났던 만큼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핵심 매출처 스마트폰은 물론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전기차마저 주춤하는 등 대외 환경도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양한 어려움 속에서도 본인만의 스타일로 조직을 바꿔나가며 저력을 보여줬다. 첫 내부출신 CEO 체제에서 보낸 기간이란 점에서도 그의 경영 1년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LG이노텍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13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의 지상과제는 애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애플 덕분에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애플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양면성'이 있다.진작부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었으나 주어진 시간은 빠르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애플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카메라 등에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LG이노텍이 매출처 다각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중국을 찾아 현지 시장 및 협력사를 강조하면서 LG이노텍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기술 격차 확대와 신사업 육성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어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의 부담이 적잖은 상황이다.
◇중국 침투 가속화, LG이노텍 대안은
3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작년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에서 카메라 모듈 점유율 70%대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16' 시리즈에서는 60% 전후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201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이폰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 샤프(일본), 오필름(중국) 등으로 분산됐다. 이후 샤프와 오필름이 대내외 이슈로 빠지면서 사실상 LG이노텍 독점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고민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LG이노텍과의 관계가 끈끈한 건 맞지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이를 분산하고자 중국 코웰전자 등 신규 협력사를 발굴하고 있다.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도 일부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화권 업체가 LG이노텍 몫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 경쟁사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물량을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LG이노텍에도 단가 인하를 은근히 압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올해 LG이노텍 수익성이 감소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304억원으로 작년 3분기(1834억원)보다 축소했다. 2023년의 경우 아이폰 효과가 3분기가 아닌 4분기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수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트업체에서 경쟁을 붙여 부품사 길들이기에 나서는 건 전통적인 방식"이라며 "LG이노텍도 이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LG이노텍 매출에서 카메라 모듈 등을 다루는 광학솔루션사업부 비중이 약 80%에 달한다. 이 중에서 애플이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LG이노텍이 벌어들인 돈의 70% 정도가 애플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다.
2020년대 들어 LG이노텍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등 생산능력(캐파)을 대폭 늘린 바 있다. 지난해까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다 올해부터 속도 조절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캐파가 어느 정도 확보돼 무리하게 시설투자할 이유가 없어져서다.
그럼에도 올해와 내년에도 3000억원대 중후반 금액을 투입할 만큼 힘을 쏟고 있다. 아이폰용 외에도 아이패드, 비전프로 등 카메라 모듈과 3차원(3D) 센싱 모듈도 공급하고 있어 관련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증강현실(AR) 글래스 등에 탑재할 제품도 준비 중이다. 광도파로(웨이브가이드) 기술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나온 빛을 꺾어서 사용자가 보는 렌즈에 투사하는 방식이다.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나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변수는 2026년경 애플이 선보일 '폴더블 아이폰'이다. 삼성전자 사례를 보면 폴더블폰 가격을 맞추기 위해 기존 시리즈 대비 카메라 스펙을 하향 조정했다. 애플도 초기 모델에는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 폴디드줌 등 고사양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에 플러스 요인은 아니다.
또한 쿡 CEO가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도 LG이노텍에 부정적이다. 쿡 CEO는 최근 중국국제공급망진흥박람회 방문차 중국을 찾았다. 올해만 3번째다. 이 자리에서 그는 "중국 협력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BYD도 아이폰 조립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OEM이 제작한다면 공급망도 현지 위주로 구성될 확률이 높아진다.

◇인사 키워드 '초격차 기술 확보'
궁극적으로 LG이노텍이 중국 업체들과의 원가 경쟁에서 앞서기는 쉽지 않다. 결국 기술 격차를 통해 현재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인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느껴졌다.
일단 작년 말부터 LG이노텍을 이끌고 있는 문혁수 대표는 '광학통'으로 꼽힌다. 광학솔루션개발실장, 광학솔루션개발담당, 광학솔루션연구소장, 광학솔루션사업부장 등을 거쳐왔다. 이를 통해 애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승진자 6명 중 3명이 광학솔루션 분야에서 나왔다. 고대호 전무, 방수영 상무, 전치구 상무 등이 대상이다. 이중 고 전무는 모바일 카메라 모듈 신제품의 적기 공급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LG이노텍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숙화에 대응해 주오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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