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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광물 규제 대응법]현대차그룹, 전기차 시대 공급망 관리 능력 증명 '시험대'⑥엠네스티 평가기업 11위, 미국 정부 소통·중국 조달 비중 축소 과제

이민우 기자공개 2025-01-02 14:12:27

[편집자주]

텅스텐, 주석 등 주요 광물에 형성된 높은 고부가가치는 각종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비인권적 생산, 테러·내전 자금 조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미중 패권 경쟁으로 광물을 전략자원으로 삼아 수출을 통제하는 행태도 보인다. 앞선 분쟁들은 글로벌 연합체나 특정 국가 규제를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광물을 핵심 원자재로 쓰는 제조 업계는 사업 지속성을 위해 이에 끊임없이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국내 제조 기업들이 각종 광물 규제에 대응해온 발자취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10: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를 만들면서 광물을 다량 소모한다. 텅스텐과 주석, 탄탈륨, 금 같은 3TG 분쟁광물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전기차 배터리에 쓰는 코발트 같은 소재도 다룬다. 최근 몇 년간 관련 광물 관리를 위한 모니터링 등 시스템을 갖췄다. 다만 국제 수준에선 미흡하단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여파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관련된 리스크 대응에 분주하다. 앞서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 지정에서 제외되는 쓴맛을 본 경험도 있다. 미국 당국의 허들 완화뿐 아니라 광물 수급망의 중국 비중 낮추기도 과제다.

◇모니터링 강화·대표 KPI 마련 불구, 국제 NGO 평가 최하위

현대차그룹은 3TG, 코발트에 대한 분쟁·책임광물 관리 체계를 구축해뒀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본격 강화한 건 2019년쯤부터다. 2018년 전후 국제엠네스티 등 비정부기구(NGO)가 분쟁·책임 광물 관련 활동, 보고서 발간을 전개하며 글로벌 시장 전반에 요구되는 광물 관리 수준 허들을 높였기 때문이다.

완성차는 산업 특성상 차체 뼈대, 내부 반도체처럼 주석부터 텅스텐과 금 등 다양한 광물을 활용한다. 사용하는 부품도 다양하고 협력사 범위도 N차에 걸쳐 여러 업계에 세세하게 퍼져 있다. 분쟁·책임 광물 규제 리스크 대응을 위해선 면밀한 조사와 빠른 협력사 동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자사 완성차에 투입된 부품에 대한 3TG, 코발트 공급망 조사를 실시했다. 현대차를 시작으로 기아도 2021년부터 동일 조사를 단행했다. 부품의 미인증제련소 광물 사용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발견 시 관련 협력사 부품의 인증 제련소로 사용 전환을 추진하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대표이사에 광물 공급망 관련 핵심성과지표(KPI)도 운영 중이다. 앞선 언급처럼 현대차, 기아에서 내포한 분쟁·책임 광물 부담, 영역이 상당한 만큼 수장 차원에서 이를 지속 신경 쓰고 모니터링과 체계 관리에 힘을 쓰도록 강제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앞선 활동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제엠네스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선 최하위권에 위치해 체면을 구겼다. 특히 해당 보고서가 전기차 관련 분쟁·책임 광물 대응을 중심으로 작성한 내용을 담았다는 게 뼈아프다. 현대차그룹의 순위는 평가 대상 기업 13개 중 11위에 그쳤다.

전기차는 내연차 대비 6배 이상 많은 광물을 소비해 제작된다. 과거 대비 완성차에서 준수할 분쟁·책임 광물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전후 아이오닉, EV 같은 브랜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왔다. 이를 고려해 분쟁·책임 광물 대응 및 정보 공개 수준을 더 늘리는 것이 필요해졌다.

◇미중 무역 분쟁 대응, 흑연 유예에선 성과 공급망 개선 관건

현대차그룹은 미중 무역 분쟁 심화로 인한 광물 규제 영향도 받고 있다. 완성차는 현재 배터리 업계와 함께 무역 분쟁 최전선에 속하는 산업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기초로 파생되는 다양한 보조금 지급, 중국 견제 정책의 사정권에 놓였다. 중국 측도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며 전면 재결 중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모델에 대한 IRA 보조금 대상 지정에 실패했던 바 있다. 제네시스 GV70은 다른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조돼 미국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이에 다른 전기차와 달리 IRA 보조금을 받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배터리 원산지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당시 IRA 법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중국에서 일정 비율 이상 광물을 조달해 생산한 배터리셀을 사용하면 보조금 요건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 시장 내 판매 경쟁력 유지를 위해 보조금에 준하는 최대 1000만원 수준의 현금할인을 자체적으로 운용하며 재무적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긍정적인 점은 현대차그룹에서 미국 상무부 등 관련 부처와 소통으로 IRA 법의 높은 보조금 허들 완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특히 광물 중 가장 중요한 흑연 관련 규제를 2027년까지 유예시켰다. 중국의 높은 흑연 생산·정제 비중을 어필한 것이 주효했다. 향후 2년여간 전기차 보조금을 획득할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 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활동도 가속화되고 있다. 내년 전기차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만큼 광물 조달에서도 IRA법 준수를 위해 우군을 확보 중이다. 지난해 5% 수준 지분투자를 거친 고려아연과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니켈 원료 공동구매와 광산 개발 공동투자, IRA 기준 충족 원료 조달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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