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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경영은 어떻게 이뤄지나…노바티스의 CEO 체험 자체 개발 게임으로 직원교육, 비용집행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가치 체감

정새임 기자공개 2025-01-22 08:34:35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08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 최고경영자(CEO)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보유 현금을 마케팅과 생산에 대량 투입해 판매 중인 제품 매출 확대에 방점을 둘 것인가. 향후 먹거리가 될 연구개발(R&D) 비중을 높여 미래성장성을 높일 것인가. 시장 성장성에 따라 의약품 판매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 것인가. 대출은 얼마나 늘릴 것이며 생산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를 어떻게 조정해 수익을 극대화 할 것인가.

노바티스가 글로벌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약사 CEO가 되어 직접 기업을 운영해보는 오픈캠퍼스를 3년째 이어가고 있다. 나의 결정에 따라 실제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기업이 성장하는지 재무제표로 확인한다. 자연스레 제약사 사업전략 결정 과정을 익힐 수 있는 일명 '노보코노믹스'다.

◇제약사업 A부터 Z까지 의사결정…전략에 따라 달라지는 재무지표

노보코노믹스는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가 임직원들의 제약산업 이해와 재무교육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매출과 원가, 자산과 부채 등 재무제표를 읊는 것이 아니라 보드게임 형식으로 재미를 높였다. 다국적제약사 기자단은 한국노바티스 본사에서 노보코노믹스를 통해 일일 제약사 CEO 체험에 나섰다.

게임은 3~4명씩 한 조를 이뤄 팀전으로 운영된다. 각 팀은 이사회 멤버로서 한 해 어디에 돈을 쓸 것인지 결정한다. 모든 의사결정을 마치면 연말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가 도출된다. 매출, 이익, 미래가치 세 가지 KPI를 기준으로 한 해 기업 성장 정도를 평가한다. 총 4개 사업연도를 진행해 어떤 팀의 회사가 기업가치를 가장 많이 올렸는지 분석한다.

한국노바티스가 기자단을 대상으로 노보코노믹스 제약사 경영 보드게임을 진행하는 모습

게임이지만 실제로 기업 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의사결정이 모두 담겼다. 가장 먼저 매출채권과 단기 및 장기부채를 상환하거나 차입한다. 한 해 투자활동을 활발히 펼치려면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을 받는 만큼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어난다.

제약업계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R&D에 투입할 자금이다. 생산시설 건설에 버금가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과감한 R&D 투자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갖고 있는 신약의 특허가 만료돼 몇 년 뒤 매출이 급감한다.


특허존속기간을 고려해 적절한 R&D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연구인력과 개발에 투입하는 자금 만큼 파이프라인이 늘어나고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많은 자금을 넣더라도 당장 매출과 연결되지 않으며 상용화 성공 시 높은 가격으로 결실을 볼 미래성장동력이다.

외부에서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을 사올 수도 있다. 현실에서도 빅파마들이 다양한 후기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을 사들이는 사례가 많다. 기존 제품 매출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후발제품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될 때다. 신약 도입은 '자산'으로 반영되며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상용화 제품들에 대한 마케팅 및 판매 비용을 집행한다. 각 제품의 존속특허기간과 시장규모, 가격 등을 고려해 마케팅 우선순위를 정한다. 영업인력, 광고와 프로모션, 실제임상근거(RWE)에 투입한 금액에 따라 마케팅 파워가 매겨진다. 마케팅 파워 점수로 시장 점유율이 결정되며 이는 올해 사업연도 매출과 직결된다.

다음 단계는 마케팅 파워를 기반으로 목표 생산량을 예측하는 것이다. 재고와 공장 생산능력을 계산해 한 해 생산량이 부족하다 판단될 경우 시설을 확장한다. 반면 더 이상 해당 약에 공들일 필요가 없다면 시설을 매각할 수도 있다. 모든 시설엔 매년 감가상각이 이뤄지며 이는 매출원가로 반영된다.

이후 실제 수요량을 받아본 뒤 제품을 생산해 공급한다. 남는 물량은 재고가치를 비용으로 처리하고 인식한 매출은 매출채권으로 표기된다. 만약 생산량이 수요보다 부족할 경우 약제에 따라 벌금이 부과된다. 이렇게 한 개 사업연도가 끝나면 사용한 비용과 얻은 매출에 따라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작성한다.

노보코노믹스 보드게임

◇마케팅 눈치싸움 치열, 균형감 있는 R&D 투자 중요

게임으로 제약사를 운영할 때 가장 결정이 어려웠던 부분은 보유 제품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 향후 해당 제품의 시장 전망과 타사(상대팀)의 전략, 의약품 가격, 특허존속기간, 생산능력과 보유현금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타사 전략을 파악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A제품에 힘을 줬는데 경쟁이 치열해 타사에서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면 점유율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투입 대비 만족할 만한 매출 성과를 얻지 못한다. 마케팅 비용은 자산으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비용집행은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신약 R&D는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적정 규모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빅파마들도 3상에서 실패해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너무 진전이 더뎌도 경쟁에서 밀려 시장성이 떨어진다. 제한된 자원으로 무작정 많은 비용을 집행할 수도 없다.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관여해 치열한 고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함께 게임을 진행한 3개 팀이 서로 다른 전략을 펼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자가 속한 팀은 만성질환 의약품, 항암제 중 특허기간이 더 많이 남고 개당 가격이 높은 항암제 마케팅에 집중해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썼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부 물질도 도입했다.

다른 팀은 반대로 특허만료기간이 끝날 때까지 만성질환 제품에 주력해 점유율 1위를 가져가고 R&D 비용을 최소화해 이익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마지막 팀은 모든 제품 마케팅을 적절히 가져가고 R&D에 높은 비중을 뒀다.

팀별 경영에 따라 1년 후 달라진 제약사 밸류

운영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실적 향방이 갈리기도 한다. 이번 게임에선 후보물질의 3상 임상이 실패하면서 외부에서 3상 물질을 도입할 것인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생산라인에선 일부 라인의 설비 차질로 연간 생산량이 예년에 못 미치는 상황도 있었다.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으면 품절이 발생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기자가 속한 팀은 만성질환 의약품 생산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생산량이 부족해도 벌금을 내는 쪽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의 경영가치를 간과했다는 교훈도 얻었다. 일반 제조사와 달리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에 비용효율적인 의사결정만이 정답은 아니다.

노바티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게임에선 과한 투자로 한 해 수익이 0원인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미래성장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건 긍정적이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기업으로써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재무 담당자는 분명히 했다.

재무전략을 짤 때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담은데다 직접 경영에 따른 결과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어 임직원의 호응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반나절 넘게 게임을 진행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노보코노믹스가 3년째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국노바티스 재무담당 관계자는 "제약사의 비즈니스 전략이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직접 체험하고 전략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체득함으로써 제약산업과 재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며 "왜 매출예측치가 이토록 중요한지, 왜 회사가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호평이 많아 프로그램을 매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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