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VC 법무 굉장히 다양…컴플라이언스 중요성 증대"장유진 SBVA 상무 "펀드 구조 설계, 해외 진출 지원"…비투자팀 출신 첫 파트너 눈길
이영아 기자공개 2025-02-05 08:01:12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4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법률 업무는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다. 유망 벤처·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회수(엑시트)하는 과정에서 법률상 행위제한이 수반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와 관련 법령과 규제 차이가 있는 해외 투자의 경우 법률 사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장유진 상무(사진)는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SBVA의 파트너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비투자팀 출신 첫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펀딩과 투자, 회수 관련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파트너 직함은 통상적으로 심사역에게 부여돼왔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춘 장 상무는 펀드 조성 및 투자, 해외 진출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업무에서 법률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글로벌 벤처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면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업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 상무의 활약이 기대된다.
◇심사역→관리역 전직, 리스크 헤징 전략 강점
1984년생 장 상무는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학사, 미국 산타클라라 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KT 계열사 엔써즈 미국 사무소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한다. 엔써즈는 이준표 SBVA 대표가 2007년에 창업한 기업이다.

장 상무는 "KT에서 엔써즈 매각을 결정한 뒤 관련 작업을 진행했고, 시카고트리뷴미디어(Chicago Tribune Media)를 통해 최종적으로 미국 리서치 기업 AC닐슨(AC Nielsen)에 매각을 마무리했다"고 했다.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한 것은 2015년이다. 처음엔 심사역으로 합류했다. 엔써즈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강동석 SBVA 고문(당시 파트너)이 입사 제안을 했다. 인수합병(M&A) 작업을 진행하며 업무적인 신뢰가 쌓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장 상무는 "심사역 업무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기술회사를 적극 찾아다니며 딜소싱을 했다"면서 "토모큐브, 스페클립스, 시큐리티플랫폼의 첫 기관 투자를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심사역 재직 당시에도 리스크 관리와 방어적인 운용을 중요시했다"고 덧붙였다.
장 상무의 리스크 헤징(분산) 전략은 엑시트 상황에서 특히나 빛을 발했다. 장 상무는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도 분할매도를 추진했다"면서 "밸류에이션이 크게 상승했을 때 미리 절반을 이익실현하고, 나머지 절반은 업사이드 포텐셜(상향잠재력)을 기대하는 것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은 비상장기업 투자에 특히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3차원(3D) 현미경 개발기업 토모큐브(지분율 7.6%)가 대표적 사례이다. SBVA는 2016년 토모큐브 설립 직후 첫 투자를 집행한 이후 꾸준히 팔로우온(후속투자)했다. 분할매도를 진행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지난해 엑시트 성과는 멀티플(투자수익배수) 4.7배에 달한다.
◇펀드 구조화 업무 수행, 해외 진출 전략 수립

장 상무는 "펀드를 포함 9개의 신규법인을 설립하고 19개의 법인들을 복잡하게 연결해 구조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했다"면서 "이후에도 펀드 구조화 업무를 비롯해 포트폴리오 회수, 합병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일이 잦아 사내 법무팀을 신설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VC 소속 변호사의 업무는 투자계약서를 검토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SBVA 소속 변호사 업무는 이보다 폭넓다. 재무팀 및 펀드운영팀과 협업을 통해 펀딩·투자·회수 관련 전략을 능동적으로 수립한다. 하우스 해외 진출 전략 수립도 주도했다.
장 상무는 "유한책임출자자(LP) 모집을 바탕으로 미국 회사의 구주를 매입하거나 총수익스와프(TRS) 구조를 설계하는 등 업무를 주도했다"면서 "기존펀드 자산을 레버리지해 신규펀드 및 롤오버펀드(만기연장)의 LP 모집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라고 했다.
특히 하우스와 포트폴리오의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SBVA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에서 VC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케이맨 제도에서도 벤처투자 활동 자격을 갖춘 상태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법인은 60여개에 이른다.
장 상무는 "동남아시아 회사 블록딜, 미국회사 공개매수, 나스닥 상장 포트폴리오 신고 및 매도 절차를 비롯한 작업도 했다"며 "국내 LP 출자를 바탕으로 케이맨 제도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법적·세무적 이슈도 꼼꼼히 살핀다"고 했다.
이어 "SBVA 사내 변호사는 해외 현지 자문사 및 벤더 선정, 재무팀 세무분석 지원, 현지법 준수 및 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모든 업무를 주도했다"면서 "당사, 계열사, 포트폴리오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전반에 대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인 파트너 체제 구축, 컴플라이언스 역량 강조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장 상무는 파트너 직함을 달게된다. 장 상무가 파트너로 합류하면서 SBVA는 총 7명의 파트너 체제를 갖추게 됐다. 비투자팀 출신 하우스의 첫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SBVA 파트너는 펀딩과 투자, 회수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이준표 대표를 포함해 이승훈 부사장, 정지우 전무, 진윤정 상무, 최지현 상무, 제이슨 딩(Jason Ding) 상무가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장 상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비투자 인력이 많은데, 회사가 우선 제게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투자팀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좋은 성과를 도출하고, 향후 타 비투자팀원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년간 사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며 역외 펀드 구조화 및 결성 관련 역량을 축적했고, 사내 교육도 진행 중"이라며 "파트너 협의체를 통해 투자팀 파트너분들과 협업하고, 회사에 전략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글로벌 벤처투자 혹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 상무의 리스크 헤징 전략에 기대가 큰 상황이다. 장 상무는 "증시 고점·저점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버핏 인디케이터'를 분석해보면 현재 미국 증시는 1999년 정보기술(IT) 버블 수준으로 올라와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미국장이 상반기에 조정이 되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회수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벤처투자 같은 대체 투자시장에도 영향이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대응 전략, 리스크 분석과 컴플라이언스 업무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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