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반도체 생크션 리스크]돌아온 '아메리카 퍼스트', 관세폭탄 예의주시①공급망 대혼돈 예고, 주요 기업 발등에 불
김도현 기자공개 2025-02-10 09:25:07
[편집자주]
트럼프 2.0 시대 도래로 반도체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정권 1기 때부터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리려던 계획을 2기 들어 더욱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장기간 갈등을 빚어온 중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예외 없다는 의지다. '반도체 관세'까지 거론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가 압도적인 한국은 비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15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왔다. 이전보다 거침없는 발언과 행보로 취임 2주 만에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웃나라부터 경쟁국, 동맹국 가리지 않고 '관세폭탄'을 예고한 여파다.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반도체도 영향권이다. 동북아시아 위주로 형성된 반도체 생산거점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에서 제조하지 않는다면 가격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시사하면서다. 반도체 후공정 전초기지로 부상 중인 동남아시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 고심이 커지는 배경이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딥시크 후폭풍까지 '설상가상'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별 관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품목별 관세도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 대상은 반도체, 철강, 석유 등이다. 특히 반도체와 휴대폰 등 우리나라 업체가 깊게 관여 중인 전자 기기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올 위기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미국에서 반도체 등을 생산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각각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팹을 가동할 예정이나 물량은 제한적이다.
더욱이 양사의 주력인 메모리는 한국과 중국에 생산라인이 쏠려있다. 극단적으로 당장 미국에 메모리 공장을 짓기 시작해도 수년은 걸린다. 반도체 관세 현실화 시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같은 흐름은 반도체 가격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스마트폰,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단가를 높인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위축된 소비자들이 더욱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커진다.
앞서 삼성, SK, LG 등 전자업계는 올 상반기까지 전방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반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고조되는 점도 더 이상 호재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자 중국은 보복 조치로 맞불을 놓았다. 10~15% 관세에 더해 텅스텐, 비스무트, 몰리브덴 등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이중 텅스텐은 반도체 핵심 광물로 꼽힌다. 이외에도 반도체 관련 원료가 대거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10일부터 시행 예정으로 반도체 밸류체인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이미 중국 딥시크 등장으로 반도체 산업에 혼란이 불어닥친 바 있다. 딥시크가 고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없이 AI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실체나 관련 시스템 성능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하나 빅테크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대비해야 하는 사안으로 여겨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외부 변수까지 극심해지면서 기업들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마저 뒤숭숭한데 협력사들을 오죽하겠나"라고 토로했다. 탄핵정국이 계속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적기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치명적이다.
◇캐나다·멕시코 '1달 유예', 반도체도?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전면 관세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 달간 전격 유예키로 했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 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질러놓고 협의를 통해 톤다운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하는 걸 취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세도 협상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 유력하다. 단번에 관세폭탄을 던지기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대형 칩메이커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할 것으로 유력한 안은 영내 반도체 공장 증설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부가 반도체를 미국에서 제작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경제 활성화도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미끼로 국가별 관세 협상 테이블도 차릴 전망이다. 중국과 멕시코 이외에 한국, 대만, 베트남 등이 대미 무역 흑자국으로 꼽힌다. 이들을 저격할 명분이 충분하다. 반도체만 타깃이 아니라 주요 품목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 마이크론 등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후공정 라인을 운영 중이다. 이마저도 미국으로 회귀시킬 수 있다. 이와 연관된 국내 협력사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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