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바쁘게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다.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를 선언한 '슈퍼365'를 필두로 정통 IB 비즈니스에도 힘을 주면서 전방위적인 인력 영입에 나서는 형국이다. 그간 등한시해왔던 개인 고객 대상의 리테일과 기업금융의 IB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인데, 그 변화가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 급작스러워 어리둥절할 정도다.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메리츠증권이 처한 상황을 보면 일견 이해가 가긴 한다. 국내 5개 증권사 만이 달성한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포함되면서 그야말로 '돈 잘버는' 증권사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지만 사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다른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과거 큰 재미를 봤던 부동산PF는 영업환경이 극도로 위축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메자닌 발행과 인수 업무는 주가 조작 세력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으로 작년 말 검찰 조사까지 받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은 재무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에 사실상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수전노 이미지 탓에 오래 지속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리테일과 정통IB다. 하지만 철저한 '을'로서 수수료 비즈니스를 지속해 왔던 기존 종합 증권사들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일궈오다 보니 이러한 메리츠증권의 변신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길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개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무료'를 외치고 있는 리테일은 차치하더라도 IB 비즈니스만 놓고보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기업을 상대로 자문과 조달 주관 수수료를 받는 IB는 증권사 업무 중에서도 험지로 꼽힌다. 법인 고객을 클라이언트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들이는 품에 비해 수수료가 높은 것도 아니다. IPO나 ECM, DCM, M&A 수수료 모두 많아 봤자 1% 전후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가성비 떨어지는 분야 중 하나다. 게다가 미매각이라도 발생하면 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위험부담도 상당하다. 오죽하면 IB 스스로 '쩐떼기', '앵벌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나올까.
가뜩이나 피말리는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IB업계에 종투사 라이선스를 얻은 대신증권과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우리투자증권까지 가세한 상황이니 더욱더 돈 벌기 어려운 레드오션이 돼 가고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가장 유심히 바라보는 것은 메리츠증권이 척박한 환경의 IB 비즈니스에 과연 만족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업계 잔뼈 굵은 선수들을 불러모았으니 조직은 굴러가겠지만, 가성비 떨어지는 사업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최소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해왔던 야수는 초식의 삶에 적응해 쉽사리 만족할 수 있을까. IB업계는 메리츠증권의 변신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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