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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본확충 돋보기]KB손보, 가정 변경에 가용자본 1조 감소...후순위채로 대응①무·저해지보험 가이드라인 설정에 CSM 9000억 증발…최대 6000억 자본확충 추진

강용규 기자공개 2025-03-05 12:49:15

[편집자주]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회계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지표의 변화 역시 우호적이지 못하다.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자본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힘에 부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외부로부터의 자본확충이다. 보험사별 자본확충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별 자본관리 전략의 방향성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07시3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손해보험(KB손보)은 지난해 순이익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연간 성과가 준수했다. 다만 4분기만 놓고 보면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 기대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보유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자본적정성 지표 역시 눈에 띄는 낙폭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당국의 보험부채 현실화 조치가 작년 대비 더욱 강력해지는 만큼 보험사들의 자본규모 축소 압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리 하락 역시 자산-부채 종합관리(ALM)를 통한 자본적정성 관리를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KB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섰다.

◇킥스비율 200% 방어 실패, 원인은 가정 변경에 따른 CSM 감소

KB손보는 오는 3월12일을 납입기일로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3월5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KB손보가 자본성 증권의 발행을 통해 외부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2022년 6월 28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 이후 3년만이다.

보험업권의 자본성 증권 발행금액은 새 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된 2023년 3조1540억원에서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가 시작된 지난해 8조325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2조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발행되는 등 지난해보다도 페이스가 빠르다.

다만 KB손보는 이 기간 외부 자본확충을 실시하지 않고 자체 역량만으로 자본적정성을 관리해왔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B손보의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놓고 보험사 자본관리 과제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벤트라고 보는 시선이 나온다.

KB손보 측에서는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비율, 킥스비율)의 증대를 위한 자본확충이라고 설명했다. KB손보의 킥스비율은 2024년 4분기 말 기준으로 188.1%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15.6%p(포인트) 낮아졌다.

KB손보의 4분기 말 자본구조를 들여다보면 킥스비율의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11조3709억원,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6조449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가용자본이 1조362억원, 요구자본이 455억원씩 각각 감소했다. 가용자본의 급격한 감소가 킥스비율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KB손보 관계자는 "가용자본 감소분은 대부분이 보험계약마진(CSM) 감소분"이라며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 등 업계 차원의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KB손보는 2024년 4분기 말 기준 CSM 잔액이 8조82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4840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신계약을 통해 5360억원의 CSM을 새로 확보한 점, 4분기의 CSM 상각분 1930억원, 분기별 1000억원가량의 CSM 유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4분기 KB손보는 가정 변경만으로 9000억~1조원 규모의 CSM이 사라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CSM을 부풀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사들로 하여금 2024년 연말 결산부터 전체 납입기간의 해지율 변화를 더욱 엄격하게 조정한 가정 모형을 반영하도록 했다. KB손보 역시 가정 변경의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KB금융 IR 프레젠테이션)

◇가정 변경에 금리하락, 부채 할인율 인하까지…선제적 자본관리 필요성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과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계리적 가정의 변경뿐만 아니라 금리가 본격적인 하락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자산 중 보험부채의 평가액 증가에 따른 자본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당국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조치 역시 올해 부채의 최종관찰만기가 기존 20년에서 23년으로 확대되는 등 더욱 강력해진다. 이에 KB손보도 추가적인 킥스비율 하락 가능성에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킥스비율에 대한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은 150%다. KB손보의 연말 기준 188.1%는 외국계 지점 재보험사들을 제외하면 손보업계 차원에서도 준수한 편이다. 다만 KB손보로서는 2024년 1~3분기 내내 200% 이상을 유지하다가 4분기 큰 폭의 하락으로 200% 선의 방어에 실패한 점이 아쉬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말 기준 킥스비율 200%는 당국이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20% 완화하는 조치의 기준으로 설정한 수치다. KB손보의 형제 보험사인 KB라이프생명보험(KB라이프)이 이 조치의 수혜를 받아 배당성향 93.4%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반면 KB손보의 2024년 결산 배당성향은 65.8%에 머물렀다. 배당 전 기준으로도 킥스비율이 193.1%에 머물러 조치의 수혜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KB손보가 배당액을 더욱 늘릴 수 있었다면 지주의 밸류업 계획 이행에 더욱 기여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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