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계열사 갈등, 'LS vs 호반' 그룹 간 대립으로 호반, ㈜LS 지분 매입…LS전선-대한전선 분쟁 후폭풍
임효정 기자공개 2025-03-12 17:19:59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13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이 LS그룹과 호반그룹 간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을 계열사로 둔 호반그룹이 최근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전선업계를 넘어 그룹 차원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12일 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증권사를 통해 ㈜LS의 지분을 매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5% 미만으로 공시 대상은 아닌 상황이다. 다만 3%만 확보해도 장부 열람 청구권과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 ㈜LS 측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LS그룹과 호반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꼽힌다. LS전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LS그룹 지주회사인 ㈜LS가 92.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는 호반산업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4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본래 LS전선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1941년에 국내 최초의 전선업체로 설립돼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선업계 1위를 지키며 국내 전선 기술을 선도해 온 대한전선은 한때 유동성 위기에 빠져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으며, LS전선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015년에는 국내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대한전선을 인수한 후 호반그룹에 매각하면서 대주주가 바뀌었다.
대한전선이 LS전선과 점차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한건 2021년 호반그룹이 대한전선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호반그룹에 편입된 이후 대한전선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력을 확보하고 미래 먹거리 사업 확장에 나섰다. 특히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하면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했다. 해상풍력 발전 확대와 맞물려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대한전선이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LS전선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LS전선은 범용 전선부터 산업용 특수전선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의 전선 제품을 생산하는 LS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다수의 계열사를 통한 수직계열화로 운영효율성을 확보하며 전선 매출 기준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술력을 앞세워 500kV급 초고압 전력선과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제품에 대해 역량을 집중하며 성장해왔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분야의 후발주자임에도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LS전선과의 마찰이 심화됐다. 대한전선이 LS전선의 핵심 기술인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를 빼갔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사의 경쟁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관련 사안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뿐만 아니라 LS전선과 대한전선 간 특허 침해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LS전선은 대한전선이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을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심에서 LS전선이 일부 승소하며 대한전선에 관련 제품 폐기와 4억9623만원의 배상을 명령했다. 그러나 LS전선과 대한전선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이며, 2심 선고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하면서 LS그룹을 직접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5% 이상 보유로 공시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3%만 확보해도 장부 열람 청구권과 이사의 위법 행위 유지 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 ㈜LS 측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LS는 11일 종가 기준 주가 10만2200원, 시가총액은 3조2908억원이다. ㈜LS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호반그룹의 유동성은 풍부하다.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현금성자산과 분양 수익 등을 포함해 4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LS의 지분 매입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의 갈등이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그룹 간 대결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호반그룹이 지분 매입을 통해 LS그룹을 견제하는 행보를 지속할 경우 양측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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