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7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주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일진전기의 배터리 신소재 '나노아이사(nanoAISA)'를 보고 의문이 들었다. 실리콘을 나노 단위로 미세화한 차세대 음극 소재를 전선·변압기 기업이 개발했다니. 전선업 호황 속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일진전기가 본업과 거리가 먼 배터리 소재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진전기 관계자의 표정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현재 국내 배터리 대기업과 풀셀(full cell) 평가를 진행중이라며 상용화될 경우 매출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처음 가졌던 의아함은 사라졌다. '지금이야 잘나가지만 5년 전만 해도 힘들었다'는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전선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전선의 평균 수명은 30년. 교체 주기가 겹치면 호황이지만 한번 꺾이면 불황이 길고 혹독하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과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맞물려 슈퍼사이클을 탔지만 5년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국내 전선 4사(LS전선·대한전선·가온전선·일진전기)의 매출과 영업익은 5년 동안 각각 평균 106%, 408% 늘었다.
변동성이 큰 구조인 셈이다. 일진전기는 산업 특성을 빠르게 인지했고 매출 안정화를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들이 택한 돌파구는 강점인 소재 가공 기술을 살릴 수 있는 배터리 신소재였다. 수년 전부터 개발한 nanoAISA는 그렇게 2025년 세상에 나왔다.
생각해보면 일진전기는 늘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1968년 전선기업으로 시작해 변압기까지 사업을 확장한 게 대표적이다. 전선만으로는 매출 변동폭을 줄이기 어렵단 판단이 작용했다. 결과는 어땠나. 국내 유일의 케이블·변압기 동시 생산 기업이 됐고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폭증하자 단숨에 기회를 잡았다. 이번 신소재 개발도 마찬가지다. 풍년에 안주하지 않고 흉년에 대비해 상용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물론 캐즘 등 변수도 존재한다. 여기에 최근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사가 파산하며 업황 악화 우려도 커졌다. 다만 일진전기는 소형 배터리부터 시작해 점차 자동차용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관련 사업부를 전선사업본부 직속으로 편입해 힘을 싣고 있으며 시장에선 벌써 경쟁사 대비 뛰어난 품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선의 끝에서 배터리 소재라는 새 길을 연 건 분명해 보인다. 이 선택이 또다른 돌파구가 될지, 도전에 그칠지는 이제 일진전기의 실행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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