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기아 생존전략]'플릿 모빌리티실' 신설, 렌터카·중고차 '시너지 확보'③중고차 사업 위해 사업목적 '부동산 개발업' 추가…대규모 단지 구축할까
박완준 기자공개 2025-03-17 10:55:03
[편집자주]
기아는 올 초부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조직을 키우고 러시아 시장의 재진출을 올해 핵심 키워드로 낙점했다. 더벨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기아의 사업 및 조직 현황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5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가 올해부터 완성차 생산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사업 체계 구축에 나선다. 렌터카부터 인증중고차 등의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직 개편에 나서며 모빌리티 사업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완성차 생산부터 판매, 중고차 매매까지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모습이다.기아는 렌터카 사업을 발판으로 중고차 사업과 시너지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도 추가했다. 중고차 매매단지 등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시장 공략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내수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면서 매출 다각화를 목표한다.
◇플릿 모빌리티실 신설…인증중고차 부서도 '격상'
13일 재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국내 판매사업부 조직을 재편했다. 렌터카 사업을 총괄하는 플릿 모빌리티(Fleet&mobility)실을 신설하고, 인증중고차(CPO) 사업팀 조직을 실로 격상해 규모를 키웠다. 올해 렌터카와 인증중고차 사업의 초기 전략을 구축하고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신설된 플릿 모빌리티실은 렌터카부터 법인차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 전략을 구축한다. 시장 신뢰도 확보와 고객 서비스망, 상품 간소화 등을 목표한다. 특히 기아는 제조사가 차량을 양산해 바로 렌털해주는 유통 과정을 강조하며 신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CPO 사업실은 올해 중고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기아가 2023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중소업계와 상생을 위해 시장 점유율을 2.9%로 제한하는 협의가 올해 5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단지를 비롯한 정비공장, 진단센터 등 부대시설을 포함한 대규모 중고차 단지를 조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플릿 모빌리티실과 CPO 사업실은 박연균 국내 판매사업부장 상무가 총괄한다. 박 상무는 1967년생으로 강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아에서 판촉전략실장을 역임하며 완성차 판매 전략 등을 구축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완성차 판매량 성장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판매사업부 총괄로 선임됐다.
박 상무는 렌터카와 중고차 사업의 시너지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양 사업 연관성이 짙은 데다 두 가지를 병행하면서 얻는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물을 확보한 뒤 판매할 뿐 아니라 렌털 제공할 수 있고, 반대로 렌터카로 이용된 차량을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또 박 상무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확장하면서 늘어나는 매물을 렌터카 고객으로부터 확보가 가능한 점에 주목했다. 렌터카 고객이 차량을 인수하지 않는 한 기아가 회수하기 때문이다. 기아가 렌터카와 중고차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려는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렌터카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조직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사업 목적에도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한 점을 미뤄볼 때 대규모 단지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 '성장'…내수 부진 극복할까
기아는 지난해 완성차 판매량을 늘리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줄어들며 오히려 역성장했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전반이 침체하며 합리적 소비 트렌드가 자리를 잡은 영향이다.
실제 기아는 지난해 매출 107조4488억원과 영업이익 12조6671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치다. 차를 잘 팔아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308만9300대로 역시 창사 이래 가장 많았다. 북미와 신흥시장에서 고르게 판매 대수가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기아도 내수 불황은 극복하지 못했다. 기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2023년 대비 4.2% 줄어든 52만1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에 기아는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불경기 속에서도 중고차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등록 대수는 총 253만9874대로 집계됐다. 2023년 대비 0.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신차 시장이 6.5%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수출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0년 13억달러였던 중고차 수출시장은 2022년 28억달러로 증가했다. 2023년 수출 규모는 47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도 약 63만대의 중고차가 수출되면서 규모는 51억달러를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아는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중고차와 렌터카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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