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TDF ETF, 3년만에 재조명 배경은 빅테크 채권혼합형에 밀려…적격 비중 80% 이내 적극 활용
박상현 기자공개 2025-04-08 11:02:35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16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TDF ETF’는 2022년 출시 당시 업계에서 싸늘한 반응을 얻었던 상품이다. 장기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상장지수펀드(ETF)의 형식을 씌울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매매의 편의성을 높인 점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최근 들어 TDF ETF가 주목 받는 분위기다. 연금 강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업계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TDF ETF를 핵심 상품으로 내놓으면서다. 이를 두고 ETF 점유율 경쟁이 TDF ETF로 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면 받았던 TDF ETF, 빅테크 채권혼합형에 밀려
TDF ETF는 2022년 6월 말 국내 증권시장에 처음으로 상장됐다.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운용사 3곳이 총 10개 종목을 동시에 상장했다. 이들 운용사는 TDF와 ETF의 장점을 결합한 최초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TDF는 근로자의 은퇴 날짜에 맞춰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을 조절해 운용하는 펀드다. 이 같은 생애주기별 자산배분 전략을 ‘글라이드패스’라 한다. 여기에 ETF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 거래 편의성과 기초자산 투명성, 낮은 운용보수를 얹은 게 TDF ETF다.
같은 해 9월 KB자산운용이 ‘RISE TDF ETF’를 내놓긴 했으나 운용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은 냉담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TDF는 특성상 투자자가 은퇴 시점까지 보유할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상품이다. 통상 빈티지가 2030~2060년으로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를 ETF로 구현하게 될 경우 매매가 편리해,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손쉽게 사고팔 것이라고 봤다. TDF는 환매 신청 시 현금화까지 약 7영업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ETF는 주식처럼 매도일 기준 2영업일 걸린다.
다른 대안 상품들이 많다는 점도 TDF ETF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는 데 한몫했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계좌에는 퇴직연금 계좌에 위험자산을 최대 7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TDF ETF와 같은 주식·채권혼합형 ETF의 경우 70%의 벽을 넘기 위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퇴직연금 계좌에 100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70만원을 S&P500 ETF에, 나머지 30만원을 단일 주식(30%)과 채권(70%)인 채권혼합형 ETF에 투자한다. 이러면 전체 계좌의 79%가 주식으로 형성된다. 지수형 채권혼합형 ETF을 활용하면 최대 85%까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변동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채권혼합형 ETF가 활용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TDF ETF는 TDF에 기반하는 만큼 여러 국가 또는 기업에 분산해 투자한다. 이렇다 보니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단일종목이 30% 들어있는 ETF보다 변동성이 낮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기존 TDF 시장은 작년 기준 16조원 성장했으나 TDF ETF는 성장폭이 약 28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전체 ETF 거래량에서 TDF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0.5%다.

◇적격 비중 80% 활용, 최대 위험자산 비중 90%까지
한투운용은 지난달 7일 ‘ACE TDF 2030 액티브’·‘ACE TDF 2050 액티브’·‘ACE장기자산배분액티브’ ETF 총 3종의 TDF ETF를 상장했다. 한투운용이 내놓은 최초의 TDF ETF 라인업이다. ACE 장기자산배분액티브 ETF는 은퇴 시점을 2080년으로 가정한 상품이다.
미래에셋운용은 역시 같은 달 25일 처음으로 ‘TIGER TDF 2045’ ETF를 내놓으며 TDF ETF의 출발을 알렸다. 미래에셋운용은 전통적으로 퇴직연금에 강한 운용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에셋전략배분 TDF(5조5000억원)’, ‘미래에셋자산배분 TDF(6700억원)’ 등 미래에셋운용이 운용하는 TDF 규모는 6조원이 넘는다.
두 운용사는 자사의 TDF ETF를 활용하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존 TDF ETF가 인기를 끌지 못했던 점을 보완, 차별화 지점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이들은 TDF가 위험자산을 최대 80%까지 담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우선 한투운용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이 99%인 ACE 장기자산배분 액티브 ETF와 ACE TDF 2050 ETF(76.8%)의 조합을 포인트로 삼았다. 이 경우 위험자산비중을 약 92.3%까지 가져갈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도 이와 유사하다. TIGER TDF 2045 ETF는 S&P500 비중이 79%에 달한다. ‘TIGER 미국S&P500 ETF’를 70%, TIGER TDF 2045 ETF를 30% 투자하면, 연금계좌 내 S&P500을 최대 93%까지 가져갈 수 있다.
다른 운용사들도 이 같은 방식의 TDF ETF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낼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라면서도 "특색 있는 ETF 상품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TDF ETF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17일 하나자산운용 '하나더넥스트 TDF 및 1Q ETF' 기자간담회에서 TDF ETF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승현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가시적인 시일 내에 TDF ETF를 상장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라인업으로 고려하고 있기는 하다”고 답한 바 있다.
TDF ETF가 운용사에게 있어 ETF 점유율 확보를 위한 레버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DF ETF가 자사의 ETF에 재간접 투자, ETF 점유율을 투자금보다 더 높인다는 의미다. TIGER TDF 2045 ETF는 TIGER ETF에 약 20%를, ACE ETF에 약 36% 담고 있다. 현재는 하나의 ETF에 자사의 ETF 비중을 최대 50%까지 투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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