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07월 14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전문 건설사의 재무담당자들은 요즘 피가 마른다. 회계처리상으로는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금흐름이 심각한 적자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사비는 꾸준히 지출되고 있는데 미분양이 쌓이다 보니 현금 유입이 되지 않는다.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것이 알려지자 웬만한 곳은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발행도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했다.
새로운 사업을 수주해 돌려막기를 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저축은행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 줄이기에 여념이 없고, 은행의 자율 워크아웃 프로그램도 1년간의 만기연장만 가능할 뿐이다. 아예 회사를 내놓는 곳도 있지만 주택건설사를 인수하겠다는 전주(錢主)를 찾기는 쉽지 않다.
◇주택건설사 현금흐름 악순환
BBB- 등급의 12개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은 2005년 이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들 12개 건설사의 2005년 순영업현급흐름(NCF)은 4244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923억원과 마이너스 5696억원으로 급락했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하다보니 미분양 물량이 많아 공사 및 분양 미수금이 급증한데다 자체 사업장의 미분양으로 재고자산도 늘었다. 공사가 진척됨에 따라 선수금도 줄어들면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까지 악화됐다. 설상가상으로 오래전에 차입한 자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단기 채무 급증이라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늘었다.
단기차입금은 2006년 2415억원에서 2007년 7983억원으로 늘었고, 현급성자산은 2006년 8343억원에서 6041억원으로 급감했다.
GS와 현대, 대림, 대우건설 등 주택비중이 30% 미만인 대형 건설사들은 미분양의 여파를 중동 등 해외 사업장에서 만회 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전문 업체들은 단기간내에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주택건설사들의 자금사정 악화를 짐작할 수 있다.
BBB-급의 10개 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평균 600억원의 현금유출이 일어났다. 현금흐름이 둔화되면서 2006년 이후 순차입금 및 지급의무부채도 확대됐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BBB-급의 평균 순차입금은 EBITDA 창출력 대비 5배에 달하는 2390억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의 PF관련 대출 연체율도 15%이상 될 것이라고 신평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PF 대출이 많았던 저축은행들은 올 연말까지 PF대출 비중을 30%이내로 낮춰야 한다.
◇아직은 버틸만? 글쎄…
건설사들은 아직까지는 버틸만하다고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규제를 조금만 더 완화해 준다면 미분양된 물량을 상당수 처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주택건설사의 신규 수주가 지난해말부터 급감, 내년 이후엔 현금흐름이 크게 줄어들 위험이 크다. 월드건설은 지난해 12월 의성솔라파크에 신축공사(49억원)를 수주한 것을 마지막으로 올 1분기까지 수주한 것이 없다. 중앙건설도 지난해 11월 수원신영통 아파트 공사(289억원)를 수주한 것외에 이렇다할 신규 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이충렬 대한건설협회 팀장(건설진흥팀)은 "대형사들은 자체 사업과 역세권 개발 등으로 수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의 경우 신규 수주가 없어 미래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가 재무구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특히 BBB급 건설사에 더 크게 작용한다며 대내외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어느 정도 손실을 보더라도 미분양 물량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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