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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적자보다 달러 더 많이 필요한 이유

홍승모 신한은행 외환전략가 공개 2008-07-28 11: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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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글과 같습니다. 수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피말리는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금융시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thebell이 엄선한 칼럼진의 통찰력과 함께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2008년 07월 28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정책당국이 고환율 정책을 실시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정책당국이 고환율 자체를 언급한 횟수는 많지 않다 하더라도, 연초 경상수지 적자 문제 해소가 주요 이슈임을 언급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외환시장의 수급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경상수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 수지, 소득수지, 경상 이전 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이중에서 외환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품수지와 서비스 수지일 것이다. 우선 상품수지의 경우 우리들이 과거에 흔히 사용하던 통관기준 무역수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의 수급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상품수지 대신 무역수지를 사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서비스 수지는 해외여행이나 해외 유학생 송금 등이 주요 구성 요소이다. 올 1월부터 6월까지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50 억~ 60억 달러 수준이다.

외환시장 수급의 또 다른 주요 요소는 작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주식 순매도다. 올 들어 외국인 주식 순매도액은 23조원에 달한다. 이는 달러로 환산할 경우 200억달러를 상회하는 액수다.

그렇다면 올 들어 외환시장의 달러부족은 경상수지 50억달러 + 외국인 주식 순매도 (물론 매도물량 모두를 송금하지는 않았겠지만 배당금 역송금 등 추가 요인도 있다) 등 두 가지 요인만 봐도 약 25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유가상승과 글로벌 신용경색이 지목돼왔다. 유가 상승은 경상수지에 반영되어 있고 신용경색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 외환시장 수급을 논할 필요성은 없다.

하지만 경상수지가 외환시장의 수급요소를 적절히 반영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경상수지 중에서도 무역수지 부분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5월 말까지 무역수지 적자 누적액은 대략 50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외환시장에서 수입업체와 수출업체의 매매동향을 볼 때 체감적으로 수급 불균형은 50억달러를 크게 상회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의 가장 큰 요인은 통관기준 무역수지와 실제 외환시장의 공급이 불일치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서 이야기한 올해 환율 상승의 요인 중 유가, 신용 경색과 더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리딩(Leading) & 래깅(Lagging)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수지에도 흑자와 적자 요소가 각각 있다. 이 중 흑자요소, 즉 공급요소를 먼저 생각해 보자. 조선업체의 경우 무역수지는 통관기준이고 이는 선박인도 후 수출대금이 입금되는 시점에서 공급 요소로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선물환 매도를 해놓았다면 실제 외환시장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헤지전략을 사용할 경우 외환시장의 공급요소는 선박 인도액이 아닌 수주액에 대해서 선물환 매도를 하는 액수에 달려있다. 2007년까지는 무역수지상 흑자요인보다 외환시장 공급액이 더 많았다. 수주금액이 선박인도 매출액을 크게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헤지 비율도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무역수지상 공급요소 보다 실제 외환시장 공급액이 훨씬 더 컸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주액이 매출액을 크게 상회하지도 않을 뿐더러 헤지 비율도 낮아졌다. 조선업체를 제외한 수출 헤지업체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율 하락기에 선물환과 통화옵션 등을 통해 활발히 헤지하던 중소기업의 경우, 작년까지는 기 수출액에 대해 실제 외환시장에 대한 공급이 미미했지만, 익년도 수출액에 대해서 활발한 헤지활동을 통해 외한시장에 달러를 공급했다. 하지만, 금년 들어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헤지물량 감소와 일부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해 무역수지상 흑자보다 공급요인이 훨씬 줄어들었다.

무역수지 적자요인인 수입 쪽은 반대 상황이다. 특히 래깅전략을 사용했던 에너지 업체의 영향이 크다. 수출업체는 선물환을 통해서 리딩을 할 수 있지만 수입업체는 유전스 등 달러를 차입해서 결제한 이후, 이연 결제 후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래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환율 하락기에만 유효한 전략이다.

올 2분기 이후 정유사들이 활발히 단기 선물환을 매수하고 있다. 이는 리딩을 위한 적극적인 매수라기 보다는 유전스 등을 통해서 래깅한 포지션을 해소하기 위한 소극적인 매수에 가깝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절 매수 성격이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컸다고 보인다. 다만, 현재 래깅 포지션은 점차적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제 유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최근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절대 결제액 규모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경상수지에 반영된다. 하지만 래깅포지션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은 환율 상승 자체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고 이는 경상수지에 반영되지 않는 요소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한다 하더라도 환율이 상승추세를 유지한다면 래깅포지션 해소에 따른 단기 선물환 매수는 지속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년간의 환율 하락기에 파생상품 시장을 통한 리딩과 이연 결제를 통한 래깅이 유효했던 상황에서 환율이 상승추세로 돌아서자 리딩과 래깅이 해소되면서 실제 무역수지 적자액 보다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6월 경상수지가 18억달러 큰 폭의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6월 한달 환율 관리에 애를 먹었다. 경상수지를 외환시장 수급에 직접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사실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리딩에 따른 선물환과 래깅에 따른 이연 결제 모두 달러를 차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작년까지의 단기외채 급증의 원인도 같은 방향이고,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도 같은 방향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리딩 & 래깅 전략이 유효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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