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현대중공업의 속셈을 차단하라 기업결합 심사 장기간 소요 및 외국 경쟁당국 시정조치 당할수도
[편집자주]
이 기사는 2008년 08월 26일 2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2007년12월11일 대한통운 매각주관사인 메릴린치와 태평양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뜻밖의 업체가 참여했다. 5조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 유보금을 보유한 재계 8위의 현대중공업이 마감 직전 서류를 제출한 것. 대한통운과 매각 주관사 관계자들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중공업측은 담담했다.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한통운의 물류사업 부문을 공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참여는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참패하는 것으로 끝났다.
현대중공업은 이후에도 동명모트롤, CJ투자증권 등 주요 M&A 매물 마다 기웃대기 시작했다.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식매각안내서를 받아간데 이어 27일 LOI를 제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DSME 인수전 참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 의지 보다는 다른 속셈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후유증이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국내 조선시장 점유율은 38.7%. 대우조선해양(점유율 23.8%)과 결합할 경우 합산시장 점유율은 62.5%로 결합이후 2위 사업자인 삼성중공업(20.3%)과의 격차가 42.2%포인트로 벌어진다. 단순 합산 지분율로 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경쟁 제한성 추정요건에 걸린다. 물론 선주나 전후방 관계에 있는 공급사가 피해를 당하지 않을 경우 예외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국내법을 피하더라도 미국, EU 등 해외 시장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 결합 후 현저한 HHI(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제곱의 합) 증가로 해외 경쟁당국의 면밀한 기업결합 심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 결합시 분야별 HHI 증가분은 탱커선 477, 컨테이너선 879, LNG선 852에 달한다.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해 해외 선주들이 부당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경우 해외 시장에서 기업결합심사에 장기간이 소요돼 결합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결합이 불허되거나 상당한 수준의 시정조치 부과가 불가피할 개연성도 높다”고 말했다.
인수에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현대중공업은 왜 도전장을 냈을까. 우선은 대우조선해양을 염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43척), 초대형유조선(VLCC:91척), 석유시추선(Semi Drilling Rig:12기)의 세계 1위의 건조실적(누적)을 갖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각각 26척, 84척, 9기에 그쳐 실사과정에서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얻을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가격을 높여 잠재적 경쟁자가 될 최종 인수자에게 부담을 안겨주기 위한 들러리 입찰일 수도 있다. POSCO GS 한화 중 누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 하더라도 향후 수주경쟁 등에서 껄끄러운 상대일 수 있는만큼 인수가격을 높이면 높일수록 현대중공업에게는 득이 된다. 또 삼성중공업 등 기존의 경쟁사가 인수전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드는 것을 견제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과연 정당한 도전자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외국인의 입찰참여는 제한하면서도 정작 경쟁업체인 국내 조선업체에 대해서는 아무 기준이 없었던 점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내 조선업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매각을 진행할 경우 인수초반 물의를 빚었던 골드만삭스 해프닝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다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클로징 리스크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 법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원활한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 KDB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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