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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크라운제과 CB 은밀히 매입 새마을금고 보유물량 …주식전환하면 2대주주 부상

현상경 기자공개 2008-11-04 10:13:23

이 기사는 2008년 11월 04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새마을금고로부터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CB)를 전격 매입,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크라운의 지분구도로 볼 때 빙그레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당장 경영권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빙그레가 주장하는 대로 '단순 투자목적'의 지분매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빙그레는 주식전환으로 크라운제과의 2대주주 자리를 확보하게 되며, 이후 다른 주주들을 끌어들여 적대적 M&A를 시도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다른 방식의 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빙그레가 지난달 27일 장외매수 형태로 흥국투신(흥국하이클래스사모채권혼합투자신탁J-4호)을 통해 사들인 CB는 과거 새마을금고가 수년간 보유하고 있었던 물량.

크라운제과는 이 CB를 지난 2004년 12월17일 사모형태(제17차)로 총 250억원에 표면이율 1.50%, 만기이율 7%로 발행했다. 크라운이 해태제과 인수로 한창 자금이 필요하던 시기다.

크라운은 불가피하게 CB를 발행했지만 이때부터 해당 CB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1년뒤 CB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최대 32%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은 새마을금고가 CB를 다른 곳에 매각하지 않고 일정기간 보유해 달라고 부탁했다. 동시에 크라운은 수차례 협상을 거쳐 CB 재매입을 시도했지만 양측이 제시한 가격차이가 커 전액인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빙그레는 처리되지 못하고 남은 CB 210억원어치를 크라운의 '눈'을 피해 새마을금고로부터 은밀히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운제과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추후 인지했다.

CB의 정확한 거래가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크라운제과의 2대주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액면가인 210억원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에 매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B는 이달 26일 빙그레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빙그레는 아직까지 "CB매입은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식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해당 CB는 내년말까지 주당 5만5537원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크라운주가는 5만원을 갓 넘은 상황. 고금리 상황에서 만기이율 7%짜리 채권, 그것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CB를 단순 투자목적으로 사들인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CB를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해도 당장 빙그레가 크라운제과와 지분경쟁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구도다. 최대주주를 포함한 크라운제과 우호지분이 50%에 달하고 있기 때문.

현재 크라운제과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제외할 경우, 총139만8024주 가운데 윤영달 회장 등이 43.1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어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자문을 맡고 있는 라자드에셋이 최근 지분을 확대해 14%를, 신한은행이 6.44%를 갖고 있다.

나머지 36%가량이 기타주주와 상장지분이 보유한 몫이다. 이 가운데 최소 7% 가량은 크라운의 '숨은' 우호지분으로 추정된다.

이런 구도 아래서는 빙그레가 CB를 주식으로 바꿔도 지분구도가 ▲윤영달 회장 등 33.93%+우호지분 5.5%(총 보통주수 증가) ▲빙그레 21.29% ▲라자드 11.02% ▲신한은행 5.07%로 정리된다.

여전히 빙그레의 지분율이 크라운제과에 비해 18%나 부족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빙그레가 라자드에 '러브콜'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라자드는 "아직까지 빙그레의 오퍼가 오지 않았으며, 온다고 해도 기업가치를 가장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극단적으로 빙그레가 라자드까지 끌어들였다고 해도 지분은 모자란다. 주주를 더 포섭하거나 대량의 공개매수(Tender Offer)를 실시해야 한다. 올 9월말 현재 빙그레가 현금성자산만 955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은 '때이른 전망'에 해당된다.

적대적 M&A가 아닌, 고가의 지분재매각 가능성도 언급된다. 물론 지금보다 주가가 크게 올라야 가능한 그림이다. 5만원대 중반에 보통주로 바꿔 장내에서 혹은 다른 기관투자자를 통해 이를 팔아치우려면 주당 6만원 이상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 .

이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 빙그레가 추가적인 딜을 염두에 두고 적대적M&A 시도를 빌미로 크라운측에 협상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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