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건설社 등급하향..'부실 솎아내기' 투기등급 전락 기업, 신용경색 가속화·조달비용 높아질듯
이 기사는 2008년 12월 05일 2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부실 건설사 솎아내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기업평가의 등급 조정을 시작으로, 다음주 한국신용평가와 한신정평가도 정기·수시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3대 신평사의 등급조정이 완료되면, 신용도 하락 건설사 수는 최소 3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효등급 보유 건설사(60개)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조달비용 상승, 유동성 악화 우려
5일 한국기업평가는 47개 건설사에 대한 정기·수시평가를 완료하고, 24개사의 신용등급과 전망(Outlook)을 하향했다. 그 결과 20개사는 1노치(등급 1단계)씩 등급이 하락했다. 또 5개사는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당장 투자에서 투기등급으로 내려간 건설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문건설, 동일토건, 동일하이빌, 우림건설, 월드건설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오래전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투자·투기의 접점에서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번 등급하락(BBB-→BB+)으로 이들의 신용경색은 더욱 심각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투기등급 전락은 유가증권 발행이나 은행 차입 등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한다. 회사채·CP 발행금리는 물론 여신 담보비율·이자율 상승 등 조달비용의 급격한 증가를 야기한다.
특히 요즘처럼 회사채·CP시장이 얼어붙었을 때는 사실상 유가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진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투기 등급 하락시 대출금 회수나 매입약정 파기 등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들 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삼호처럼 ‘A-’에서 ‘BBB+’로 떨어진 경우도 조달시장에서 '1노치 의미 이상'의 유·무형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건설사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실제 신용등급보다 한 노치 가량 높은 금리를 주고 자금을 조달해 왔다"며 "등급이 하락한 건설사는 유동성 우려가 사라지기 전까지 신규 은행 여신이나 회사채·CP 발행을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하락 기업 중에는 시공능력 기준 1위인 대우건설을 비롯해 GS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A급 이상 우량 건설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중소형사 대비 비교적 양호한 자본력을 갖고 있지만, 막대한 미분양주택과 우발채무 등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이에 따른 신용경색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줄어들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이미 A급 기업의 면모를 상실했다는 평가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 동안 대형건설사들은 부동산 PF를 활용해,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켰다"며 "지금까지 높은 브랜드인지도와 자본력으로 잘 버텼지만 건설업계의 호황기가 지나면서 자금압박이 죄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CP등급 하락 기업도 '주목'
무보증사채 등급을 유지한 채 기업어음(CP) 등급만 하락한 경우는 그나마 양호한 평가로 받아들여진다.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현재 등급을 내릴만한 위험 요인이 크지 않다는 뜻.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단기물(CP) 등급만 떨어졌다는 것은 현재 유동성이 충분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정부지원이나 매출채권의 원활한 회수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신용경색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회사채 등급의 추가 하락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A2+), 극동건설(A3-), 벽산건설(A3-), 신일건업(A3-; 사채 등급 없음)은 CP 등급만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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