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2월 31일 09: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방 수요 산업인 건설경기 침체로 최근 시멘트업계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급격히 악화된 영업실적이 문제다. 원가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는 판매 단가는 시멘트업체들을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뜨렸다. 특히 계열 건설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시멘트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에도 현대시멘트, 쌍용양회공업, 성신양회가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의 대조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는 각각 성우종합건설과 한일건설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현대시멘트는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방식을 취해왔다. 한일시멘트는 지급보증 없이 필요한 경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도와줬다.
초기에는 현대시멘트의 방식이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현대시멘트의 지급보증 덕분에 성우종합건설은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성우종합건설이 발행한 회사채와 6691억원에 달하는 시행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입금에 대해 2008년 9월 기준 현대시멘트는 총 7141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올해 들어 건설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PF 부실 우려가 불거졌다. 현대시멘트의 자회사에 대한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결국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와 맞물려 현대시멘트까지 흔들리게 됐다. 4년 가까이 유지해오던 A급 기업 타이틀도 내놔야 했다. 현대시멘트는 최근 A-에서 BBB+로 신용등급이 내려 앉았다. 현대시멘트와 성우종합건설이 동시에 흔들리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일시멘트는 한일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이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건설사 쓰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시장에서도 기존의 신인도를 유지했다.
물론 한일건설은 한일시멘트의 지급보증이 없기 때문에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만 한다. BBB급 신용도로 자금조달 금리는 높을 수밖에 없다. 사업 확장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증권사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우수한 신용도를 갖춘 모회사 한일시멘트의 자금 조달력이 한일건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라도 한일건설에는 한일시멘트가 있다’라는 기대감을 시장에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가 한일건설과 지급보증으로 엮여 있었다면 시장에서도 한일시멘트의 건전성을 의심했을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사업확장과 재무 안정성. 그 어떤 것 하나도 포기하기 쉽지 않다. 현대시멘트와 한일시멘트 각각의 선택 중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례없는 경기 침체와 시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기업의 다른 선택이 자회사에 대한 재무부담을 갖고 있는 모회사들에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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