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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와 Cherry Picking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9-01-16 09:56:06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1월 16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좋아 보이는 체리만을 골라 따듯이 어떤 대상에서 좋은 것만 골라가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흔히 마케팅에서 고객의 행태를 정의하는데 사용되는 용어이나, 신용평가에서도 엄연히 체리피킹은 존재하고 있다.

신용평가의 직접적 이해관계자는 전혀 다른 Needs를 가진 투자자와 발행기업 이다. 투자자가 신용평가에 원하는 것은 정확하고 신뢰가는 신용등급이다. 반면 발행기업 측에서는 좀 더 높은 신용등급이 좋은 체리일 것이다. 해서 신용평가에서의 체리피킹은 투자자와 발행기업 양측간에 전혀 상반된 형태로 공존하고 있다.

이들 양대 이해관계자의 이해 충돌이 있기는 하나 신용평가사는 본원적 기능인 신뢰성 있는 신용등급을 도출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신용평가의 Quality를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오고 있다.투자자로부터의 신뢰가 신용평가의 본질적인 기능이자 최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의 정확성과 합리성에 대한 측정가능성의 제약으로 신뢰성에 의한 신용평가사간의 차별화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 같다. 아울러 발행기업의 의뢰에 의해 이루어지는 신용평가의 속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자의 교섭력 때문에 투자자의 Needs에 따른 체리피킹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아직은 조성되지 못한 듯하다.

최근 어떤 기업에 대한 특정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유효기간 이전에 ‘취소’된 적이 있다. 이유는 해당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타 평가사에 비해 낮다는 것 때문이었다. 신용등급의 사후관리 과정에서 해당기업은 더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한 신용평가사에 대하여 자료제출을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부득이하게 신용등급을 취소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신용등급의 취소는 정확한 신용등급을 요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신용등급의 취소를 투자자가 용인하였다는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손 치더라도 신용평가사의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의견피력을 요구해야 마땅할 투자자의 행태를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사후관리평가에 있어 신용등급의 취소는 사후관리의 적정성 확보를 위하여 자료제출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신용등급의 취소는 시장으로부터 발행기업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해서 신용등급의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적정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투자자 측의 용인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발행기업이 사후관리를 거부하고 이를 투자자측이 인정해주거나 방관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등급은 취소되는 것이다. 이례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신용평가사의 독립적인 의견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서 경계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발행기업의 Cherry Picking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발행기업의 Cherry Picking은 신용평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용평가사는 저마다의 행동규범을 수립하고 이를 지켜나가고 있다.

상기한 신용등급 취소와 같은 사례 역시 발행사의 Cherry Picking 중 한 형태로서 신용등급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신용평가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어쨌거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더욱 완벽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신용평가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하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용등급의 신뢰성이 신용평가사 단독의 노력만으로 될리는 만무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등급의 최종 이용자의 관심과 배려이다. 신뢰가는 신용등급을 바라는 만큼 이를 위한 투자자 측면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작 신용등급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의 신용등급 신뢰성 제고 노력은 거의 없었던 같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신용등급의 신뢰성 제고 방안은 궁극적 소비자인 투자자의 Needs이다. 투자자의 Needs를 근간으로 한 투자자의 Cherry Picking은 신용평가의 Quality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어떠한 규제보다 효과적인 것이 투자자의 Cherry Picking 이라는 것이다.

투자자의 Cherry Picking으로 우리나라 신용평가의 Quality가 보다 높아지고 이것이 채권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소개]

[학력 및 경력]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1994 한국 P&G

1995 ∼ 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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