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OB인수자금 대줄게'…롯데에 줄선 은행들 [롯데의 선택]⑥ 두산 주류 인수금융 주관사, 예상 깨고 금리 비딩

박창현 기자공개 2009-01-23 09:00:00

이 기사는 2009년 01월 23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두산 주류 인수금융 2500억원을 모집할 주관은행 선정을 위해 은행 간 차입금리 비교 작업에 나섰다.

당초 국민은행에 금융주선을 맡길 것이란 예상을 깨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롯데가 지난달 선정한 이 딜의 금융자문사는 KB증권. 인수합병(M&A) 자문 실적이 전무한 KB증권이 주목받는 딜을 수임하자 당시에는 롯데가 국민은행의 인수금 조달 능력을 믿고 계열 증권사를 선정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자금조달에 관한 위임장(Mandate)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 관계자는 "롯데에서 차입 금리를 문의해와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계약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롯데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이 많아 은행 차입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수수료 수입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신디케이션 주관 업무를 예상했지만 협상이 일방적으로 중단된 것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롯데가 다른 주관은행을 선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롯데는 올 초부터 태도를 바꿔 KB증권을 통해 주요 은행의 금리조건을 모두 비교하기 시작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이 달 말까지 은행권의 제안을 비교해본 뒤 (인수금융 주관은행을) 결정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자문사를 맡았다고 계열 은행이 금융주선을 전담할 것이란 예상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경영컬러로 유명한 롯데가 올 초 갑자기 유리한 금리 조건을 따지기 시작했고 KB증권도 자문사로서 이를 대행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의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대규모 자금을 저리에 조달하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거래 파트너의 신뢰나 업계 관례를 깨면서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조장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롯데가 은행차입 직전에 예상보다 수월하게 회사채로 2500억원을 조달하면서 같은 규모의 잔금 조달 전략을 바꾼 것 같다"며 "KB증권이 추후 은행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기존 약속대로 (국민은행에) 주관업무를 맡기자고 롯데를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지적대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원화채권 규모를 당초 10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늘렸다. 금리도 국고채 3년 수익률(약 3.40%)에 1.40%p를 더한 수준으로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은행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회사채 시장 여건이 한 달 새 크게 개선되면서 롯데가 조달할 수 있는 뭉칫돈의 차입 금리가 5%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여기에 은행권은 롯데가 두산 주류뿐 아니라 OB맥주 인수와 제2 롯데월드 건설 등을 위해 올해 내 수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조금 밑지는 장사를 하더라도 우선 거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보이는 것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회사채로 5% 이하에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은행에서 7% 이상에 가져다 쓰자니 (롯데로선) 선택이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거래가 드문 롯데와 거래를 트기 위해 일부 은행 실무자들은 역마진이 날 수 있는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