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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돈맥경화에 대한 우려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공개 2009-02-13 19:24:09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2월 13일 1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용도는 없고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발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느 대기업 자금담당자의 말이다. 사상 유례없는 금리 인하와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 등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책으로 새해 들어 회사채 발행여건이 개선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하여 신규 자금을 조달하려 해도 조달원 자체가 막혀있었던 작년말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의 상황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현재까지는 신용등급 A급 이상의 업체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조만간 BBB급 회사채 발행도 가능해지리라는 기대어린 예측 또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이 대세가 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다.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현실에서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하여 추가적인 자금조달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의 수긍이 쉽지만은 않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정하여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기업으로 유입된다손 치더라도 그 자금의 상당부분이 생존을 위한 도구로 그 기업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임은 자못 분명한 사실이다. ‘先생존 後성장’ 이라는 대전제에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현실이다.

과거 상당 수의 흑자도산이 소홀한 유동성 관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별기업 입장에서 유동성 관리는 위기관리의 기본이다. 경영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현금흐름의 미스매칭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유동성 위험이 증폭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적정 유동성 규모는 커질 수 밖에 없고 기업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자 한다. 기업부문으로 흘러 들어간 돈이 돌지 못하고 그대로 고이게 되는 또다른 형태의 ‘돈맥경화’가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크레딧물의 소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여건이 상당히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BBB급 이하 또는 건설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 기업들의 신규자금 조달은 여전히 막막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채권시장의 시장기능이 정상화되었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신용등급 A급 이상으로 펀더멘털과 유동성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확정적인 자금소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경제여건과 금융시장환경에 대한 불투명성에 대비하고자 회사채를 발행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자금시장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기업들이 유동성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경색이 유동성이 취약한 기업들을 쓰러지게 하고 이로 인하여 금융시장 여건이 보다 악화되는 악순환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과거 IMF 시절에 혹독하게 경험한 바 있기에 시장에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갈구하고 있다.

비록 신용등급 A급 이상에 국한된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크레딧물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첫번째 허들은 넘은 것 같다. 이제 다음은 BBB급 이하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도 정상적인 시장기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낮고 영업환경의 악화 정도가 심한 기업의 신규자금 조달은 여전히 막혀있고 크레딧 스프레드 또한 적정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타개를 위하여 BBB급 이하의 회사채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보강을 하고 이를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매수하는 형태의 대안이 시행되고 있다.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시장상황하에서 급한대로 단기적인 수급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응급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기능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시장참여자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채권시장의 기능회복을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관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빠르고 실효성있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적의 구조조정이 가능할지? 또한 이를 통해 진정으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설혹 시장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손 치더라도 이 또한 현재의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좋은 처방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시적인 증세 호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을 튼실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상황의 시급성에 맞게 응급처치와 함께 증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증세가 호전되고 나서는 시장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시장안정화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다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 방안들이 효과를 거두어 하루빨리 금융시장이 안정되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불안한 만큼 어떠한 방안이 되었건 시장이 안정화되는데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우리 금융시장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고 싶다.

[칼럼니스트 소개]

[학력 및 경력]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1994 한국 P&G

1995 ∼ 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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