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헐값' 한국물, 국내 신용파생거래 기폭제 [CLN 발행 급증 배경]

황은재 기자공개 2009-03-02 08:21:35

이 기사는 2009년 03월 02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파생거래가 국내에서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배경엔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기피 대상이 된 한국물이 있다. 신용경색으로 유동성 확보가 급해진 헤지펀드나 외국 금융회사들은 한국물을 헐값에 내놓고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사들이고 있다.

또 한국물 CDS 프리미엄이 불과 1년전 몇십 bp 수준에서 수백 bp로 뛰자, 국내 금융회사들은 보장매도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로 삼고 있다.

◇CLN 발행 붐(Boom)..外人-국내, 신용위험 시각차

CLN 발행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부터다.

LG디스플레이, KCC, SK브로드밴드, 쌍용자동차, 대한전선 등이 발행한 해외채권이 지난해 11월에 액면가의 70%선까지 할인돼 유통시장에 등장했다. 최종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을 때 1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30원에 팔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싼 값에 채권이 쏟아지자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채권 매입에 나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회사 가운데 증권사만 한국물(Korean Paper)투자 잔액이 증가했다.

2007년말 7980만달러에 불과했던 증권사의 한국물 투자잔액은 2008년말 기준 2억2920만달러로 3배나 늘었다. 특히 7월부터 12월까지 늘어난 규모가 1억4950만달러에 달했다.

img4.gif

한국물을 처분하기보다는 신용위험만을 떼내려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들에게 CDS를 팔아 높은 프리미엄을 챙겼다. 신용위험이 터졌을 때 손실을 대신 부담하는 보장(protection)을 해주는 대신 일종의 보험료를 받는 것이다.

물론 국내 증권사들의 과감한 보장 매도 배경엔 국내 기업의 CDS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한항공, KCC, 삼성중공업이 1~2년안에 부도를 내지 않는다면 수백 %포인트에 달하는 CDS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하나대투증권은 NH투자증권이 세운 특수목적기구(SPC)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대한 원화 CDS를 거래했다. 겉으로는 외화채권과 전혀 관계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외국 금융회사에게 달러 CDS를 팔아서 받은 프리미엄을 원화로 바꾼 형태다.

증권사 신용파생상품 전문가는 "신용위험을 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 외국인간의 차이로 같은 물건에 다른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며 "심리적 인식의 차에 따라 발생하는 차익거래 기회가 나타났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는 CDS와 국내외 채권을 더해 CLN으로 만들었다. CLN은 기업의 신용위험에 투자하는 것으로 파산, 부도 등의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만 투자기간동안 신용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채권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관련 투자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채권을 팔거나 CDS 보장을 매입하고 있다"며 "반대로 국내 증권사는 이런 자산을 매입해 CLN 등을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신용파생거래, 활성화 계기 되나.."일시적일 뿐"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가능성을 봤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원화 CDS가 원활히 거래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제야 부도율 및 회수율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고 있는 열악한 인프라에서 CLN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서 신용파생거래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외국 금융회사들이 한국 관련 익스포저를 정리하기 위해 내놓는 CDS 보장 매입을 들여와 CLN 등으로 만드는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CLN의 준거기업은 대부분 우량하다고 평가받는 대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준거기업 내에서도 신용위험에 대한 구분은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CDS 거래는 대부분이 백투백(Back to Back)으로 장외파생상품 라이선스를 가진 증권사들이 중간 마진을 남기고 CLN을 발행하는 형태"라며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