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CP 급증, 회사채시장 잠식 우려 7개 기업 2350억원 발행 … 차입구조 단기화 가능성 대두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1일 17: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반기업의 장기 CP 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달 남짓 동안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1년 초과 장기물로 조달됐다. 업종·계열사 리스크로 유동성 위험에 봉착한 기업들의 발행물이 대부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적어도 4000억원 이상의 장기 CP(ABCP 포함)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 CP 확산이 회사채 시장 구축은 물론 기업 차입구조 단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채권·CP의 경쟁구도 속에 회사채 만기 역시 짧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장·단기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기피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현대삼호중공업, 장기CP 1045억원 '발행'
현재까지 파악한 만기 1년 이상 장기 CP 발행 기업(SPC 제외)은 최소 7개 이상이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커머셜·한화·한화석유화학·STX·대한전선·한일시멘트 등은 3월 이후 장기 CP로 23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부분 3월말 이후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발행한 물량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들어 장기 CP 발행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의 기업어음 잔액(11일 현재)은 총 2182억원. 이중 1047억원(48%)이 1년6개월 이상 만기를 갖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1년물로 구성돼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24일·28일 만기 2년(728일·730일)에 달하는 CP 총 3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달 4일·8일에는 1년6개월물(549일) CP로 각각 427억원, 320억원 등 총 747억원을 조달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06년 9월 단 한차례 기업어음(500억원)을 발행했을 뿐, 올해 2월까지 CP시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사채 역시 2002년 4월(2000억원) 이후 발행이 전무하다.
결국 최근 업황부진에 따른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커지자, 회사채 대신 발행이 손쉬운 장기 CP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 CP 잔량은 모두 만기 1년 이상 중장기로 구성돼 있다.
현대커머셜도 지난달 13일과 20일 1년6개월물 총 250억원을 발행하며 장기 CP 행렬에 동참했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장기 CP 발행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3월23일 만기 2년물 CP 100억원을 발행했다. 같은달 10일 STX(200억원) 발행 이후 일반기업 중 두번째다. 3월27일에는 한화석유화학이 장기 CP(1년6개월)를 통해 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밖에 대한전선(1년6개월 253억원), 한일시멘트(1년6개월 200억원) 등이 장기 CP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금융당국, 제도 개선 미온적"
장기 CP 확산과 함께 '회사채 시장 잠식', '투자 위험 증가', '기업 차입구조 단기화' 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현재 ABCP 포함해 4000억원 이상의 장기 기업어음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CP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 경쟁열위에 있는 회사채 역시 만기를 단기로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회사채 구축은 물론 차입구조 단기화로 기업 신용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실태조사 이후에도 개선 방안 마련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CP 만기 제한과 각종 규제가 자본시장통합법 취지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시 의무화 등 규제 방안에 대해서는 사모사채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검토에 소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업어음을 일종의 사모사채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CP는 (사모사채와 달리) 자산운용상 제한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욱 크다"며 "적어도 일정 만기 이상 CP의 공시 의무화와 금융기관 창구지도 등을 통해 과도한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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