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현금 급증의 속사정 은행 유산스 축소로 매입채무 급증..가용 현금은 줄어
이 기사는 2009년 05월 28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국제강이 현금성자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3월말 현재 1조4396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5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올들어 외부차입을 통해 끌어 모은 자금이 1조원에 육박한다. 철강경기 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매출확대를 통한 현금 확충이 어려운 상황. 매출채권 증가를 억제하고 재고를 줄이는 등 운전자본에서 허리띠를 바짝 조르고 있다.
동국제강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업부진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를 미룰 수 없기도 하지만 진짜 사정은 현금성자산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매입채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 유산스 축소 → 매입채무 급증 → 운전자본 감소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무역금융인 유산스 한도를 줄이자 대규모 현금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자재 등 구매대금 결제를 해결하던 뱅커스 유산스(Banker's Usance)가 큰 폭으로 줄자 자체적으로 결제자금을 마련하거나 쉬퍼스 유산스(Shiper's Usance)로 변경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매입채무가 급증했다. 은행이 신용을 제공하는 뱅커스 유산스는 차입금으로 분류되지만 수출업자가 신용 제공자인 쉬퍼스 유산스는 매입채무의 성격을 띤다.
동국제강의 유산스는 지난해 말 1조952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3243억원(2009년 3월말 기준)으로 줄었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사용한도를 줄인 영향이 컸다.
매입채무는 반대로 5943억원에서 1조1633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매입채무는 만기연장이 어렵고 외상으로 들여온 원자재 수입 비용을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유산스와 달리 상품을 판매한 현금을 지급일(60~90일)까지 보유할 수 있다. 운전자본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현금이 증가하는 것이다. 동국제강의 현금성자산이 5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매입채무 급증으로 지난해 말 1조4106억원에 달했던 동국제강 운전자본은 올해 3월말 5368억원으로 급감했다. 결국 은행의 유산스 한도 축소로 매입채무가 크게 늘었고 매입채무를 결제하기 위한 현금을 보유할 필요도 함께 커진 셈이다.
가용 현금은 감소, 실적은 악화 ··· 대규모 외부차입
동국제강의 현금성자산이 크게 늘었지만 '풍부한' 유동성과는 거리가 먼 것도 그 때문이다. 구입대금 지급일에 결제에 나서지 못하면 신용도에 치명적인데다가 영업차질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제할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계산을 하면 동국제강은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매입채무 증가분을 제외한 8700억원 정도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투입해야할 설비투자 자금까지 계산하면 실제 가용현금은 예년보다 3000억원 가량 줄어든다. 동국제강은 올해 준공이 마무리되는 당진공장에 3899억원을, 본사사옥에 37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올 1분기에만 이미 2573억원을 지출했다.
유동성 확보가 절실해진 동국제강은 올해 금융기관을 통해 9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산업은행에서 2600억원의 시설자금대출을 받았고 회사채도 6500억원을 발행했다.
실적악화도 넉넉한 현금을 쌓아둬야 하는 배경이 됐다. 올 1분기 동국제강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6.4% 늘었지만 7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지난해 9953억원에서 43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는 급증했는데 제품 판매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매출원가가 매출액을 초과해 손실이 불가피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운전자본부담은 줄어 현금이 늘었지만 영업적자를 냈다"며 "올해는 후판가격 인하 등으로 지난해 보다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 충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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