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SC제일·한국씨티의 엇갈린 선택 SC제일, 가계대출 공략 vs. 한국씨티, 자산 축소
이 기사는 2009년 08월 31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략적 선택이냐, 전통의 차이냐.
2007년 이후 외환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은 줄이면서 기업대출을 늘리는 사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작년 2분기 이후 가계대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씨티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을 크게 줄였다.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을 모태로 각각 2005년, 2004년 출범한 두 외국계은행은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 SC제일은행의 청개구리 행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이후 가계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07년말 전체 대출금의 61%를 차지하던 가계대출 비중은 올 6월말 현재 65%로 높아졌다. 반면, 기업대출 비중은 작년 말 39%에서 올 6월말 35%로 떨어졌다.
산업별 대출금 구성에서도 SC제일은행의 기업여신 축소 전략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08년말 16%이던 제조업 여신은 반년만에 12%로 줄어들었고, 도·소매업(7%→6%) 숙박·음식업(2%→1.9%) 등 개인사업자 관련 대출을 적극적으로 줄였다.
시장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독려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3분기부터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식으로) 좀 달라지지 않을까 보인다"고 평했다.
기업대출을 외면하고 안전한 가계대출만 고집하는 SC제일은행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부실여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21세기조선 등 중소 조선업체 관련 여신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년 전 0.88%에 불과하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1년 사이에 1.4%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SC제일은행의 조선관련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SC제일은행은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점점 덜 쌓고 있다.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율은 2008년 6월말 162.02%에서 올 6월말에는 118.5%로 떨어졌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SC제일은행은 과거에 연체율 관리를 잘 했었는데, 최근 들어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쪽에서 부실이 많이 발생했다"며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충당금적립율도 낮아지고 있어 3분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역사에 발목잡힌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과 달리 한국씨티은행은 2007년 이후 계속해서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다. 반면 기업대출은 올 2분기 들어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증가 추세다.
한국씨티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2007년 말 51.8%에서 올해 들어 47.1%로 줄었다. 이에 비해 기업대출은 늘고 있다. 대기업 대출이 2조8783억원에서 2조9788억원으로 늘었고, 중소기업 대출은 8조4896억원에서 9조2312억원으로 9% 가까이 증가했다.
산업별 구성에도 한국씨티은행은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제조업 비중을 소폭 늘렸고, 특히 도·소매업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한국씨티은행은 가계대출 규모가 많이 줄고 대신 기업대출이 많이 늘었다"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처럼 한국씨티도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시책에 호응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작년 3분기 이후 한국씨티은행의 부실여신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년 전 2100억원이던 고정이하 여신이 4931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74%에서 1.7%로 상승했다. 200%가 넘던 충당금적립율은 124%로 떨어졌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대한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상반된 태도에는 전략적 선택과 함께, 전통의 차이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의 모태가 된 제일은행은 전통적으로 소매여신 비중이 컸던 곳이다. 반면, 경기은행을 인수한 한미은행은 과거부터 기업대출 비중이 높았다.
2005년 SC에 인수된 지 4년이 지났지만, SC제일은행은 여전히 소매영업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 셈이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기업금융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당장 부실여신 관리에 집중해야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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