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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가 저평가 받는 이유 공격적 사업확장 여전..폐쇄적 조달전략도 문제

김동희 기자공개 2009-09-09 09:06:15

이 기사는 2009년 09월 09일 09: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기가 찾아오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이랜드는 유통업 진출을 위해 인수합병(M&A)한 홈에버(까르푸)를 2년만에 재매각했다.

그룹의 잇따른 M&A와 해외진출로 차입금이 늘면서 현금 유동성이 팍팍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리먼 파산사태가 터지면서 M&A실패는 결과적으로 이랜드가 금융위기의 타격을 적게받는 계기가 됐다. 재무구조와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

자산매각 등으로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던 그룹의 체질을 바꾸면서 수익성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자금도 넉넉해졌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아직도 이랜드를 저평가 하고 있다. 구조조정 등으로 그룹의 신용도가 개선됐지만 기관투자가의 투자 기피현상은 오히려 심해졌다. 최근에는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제 등급보다 못한 대우를 받은지 오래다.

지난 5월22일까지 KIS채권평가의 이랜드 민평수익률(3년 만기)은 11.49%로 제 등급(BBB-) 보다 0.55%포인트 높았다.

이 같은 저평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랜드의 숨길 수 없는 성장본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있다.

실제로 이랜드의 공격적인 사업확장은 홈에버를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돼 투자자를 당혹케 했다. 지난해 말 이랜드는 에스콰이어 지분 30%를 매입하려다 가격이 맞지 않아 철회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성건설 인수도 논의했다.

최근에는 실적 개선으로 그룹 경영에 숨통이 트이자 다시 M&A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신성건설 인수에 실패한 이랜드가 다른 건설사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다. S건설, D건설 등 중견건설사의 이름까지 거론될 정도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랜드는 올해 뉴코아 강남점을 판매후 임대(Sales & lease back)방식으로 매각(약 2200억원)하고 가산동 사옥과 홍콩 금융시장 상장을 준비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해 여전히 보수적인 경영이 필요한 시점인데도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시장과의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재무정책도 투자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중 하나다.

그 동안 이랜드는 은행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는데에만 힘을 쏟았다. 대부분의 장단기 차입금이 은행과 저축은행에 쏠려있어 자금조달처가 다양하지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자본시장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1년에 한 두번씩 금융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대체로 공모보다는 사모를 선호했다.

이로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이랜드와 자본시장 사이에는 불신의 벽이 높아졌다. 기왕에 마련할 자금이라면 공모채 등 시장성 조달을 늘려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분명 현재의 이랜드는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홈에버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갚고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재무구조도 몰라보게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지난 2007년 말 211%에서 지난해 말 151%로 떨어지더니 올 상반기에는 124%까지 낮아졌다. 수익성은 좋아지고 운전자금 부담과 유형자산 투자가 줄면서 현금흐름도 흑자로 돌아섰다.

경영환경이 좋아진 지금이 어쩌면 이랜드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위기를 극복한 이랜드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성장전략에 앞서 금융 시장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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