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의 수수료는 덤핑일까 정부의 랜드마크 딜 특수성 "외국계는 브랜드만 빌려준 것"
이 기사는 2009년 11월 06일 16: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릴린치-삼정KPMG 컨소시엄이 제안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자문 수수료는 덤핑이었을까.
현재 시장에서 추측하는 제안가는 200만 달러 안팎이다. 3조~4조원 가량으로 전망되는 대우인터 경영권 지분 거래규모에 비하면 0.05% 밖에 되지 않는다. 퍼블릭 딜이라고는 하지만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 주관사로 선정됐던 골드만삭스도 0.05%(거래규모 대비) 수준이었지만 절대금액은 3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메릴린치는 외국계 투자은행 중에서도 티어(Tier)-1 그룹에 속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과 함께 상위권 자문사로 꼽힌다는 의미다.
보통 이들이 조 단위의 기업 인수합병(M&A)을 자문하면 최저 수수료가 300만 달러쯤은 돼야 한다. 그래야 홍콩에서 머물고 있는 백 오피스를 서울로 불러들이고 매각 테스크포스(TF)를 제대로 구성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미국계인 메릴린치는 삼정KPMG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딜에 참여했다. 대우인터가 보유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부 이슈로 미국에는 적성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에 관련 현안은 국내 파트너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컨소시엄 구성으로 인해 메릴린치는 200만 달러의 수수료도 온전히 챙기지 못한다. 삼정KPMG가 대등한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메릴린치는 단 10억원 가량에 이 딜을 하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대우인터 매각은 수수료가 보통 거래보다 좀 더 필요한 특수성이 있다. 주요 사업이 △무역과 △자원개발로 나뉘고 △교보생명 지분 25% 라는 가치평가가 애매한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가치를 제각각 매기고 매각 과정에서 솔루션을 찾아내자면 각기 다른 용역이 필요하다.
글로벌 메릴린치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거래는 애초부터 본사의 승인이 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퀄리티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거래를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낭비할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은 랜드마크 딜에 관해서는 이런 모든 원칙을 배제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브랜치가 가진 노하우를 그만큼 존중하는 셈이다. 이는 10년 가까이 IB 부문을 맡고 있는 안성은 대표를 신뢰하는 단면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메릴린치는 지난 2007년에도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대한통운 매각 자문을 따냈던 적이 있다. 당시에도 수수료는 법정관리 기업 매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30억원으로 제한돼 메릴린치가 거둔 수수료는 1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메릴린치는 4조원 대 매각을 성공시킨 이후 해당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높은 거래를 다수 선점했다. 저가에 수주한 랜드마크 딜이 비즈니스에는 큰 도움이 됐던 셈이다. 대형 딜이 드물고 그것도 정부 물건이 대부분인 한국에서만 가능한 전략이다.
그러나 대한통운 매각 당시에도 이런 거래에 대한 비판은 거셌다. 수수료를 낮게 쓴 외국계는 거의 일을 하지 않고 국내 컨소시엄 구성원이 실무를 도맡은 것이다. 메릴린치 역시 대한통운 매각에서 브랜드만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예 수수료를 안받는다 해도 그들 입장에선 손해 볼게 없는 장사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나 산업은행 등 정부 관계기관이 매물을 팔 때 외국계가 수수료를 지나치게 싸게 부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인센티브가 없는 딜에서 외국계 고액 연봉자들이 최선을 다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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