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키움증권, 차입금이 자본으로 둔갑? 상환우선주 발행해 ABCP로 유동화...IFRS 도입 이후는 활용 힘들듯
이 기사는 2009년 11월 29일 16: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환우선주를 신규 발행한 후 이를 장부상회사(SPC)를 통해 유동화하는 사례가 잇달아 주목을 끌고 있다.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효과를 누리지만 실질적으로는 차입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자본확충이냐 차입이냐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키움증권과 롯데건설로 모두 대규모로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유동화회사에 넘긴 후 이를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상환우선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전까지는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그 이후에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키움증권과 롯데건설은 상환우선주를 통한 자본확충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SPC를 통한 ABCP 발행으로 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조달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이 착시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상환우선주 발행 → SPC의 사모 ABCP로 조달
롯데건설이 지난 26일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상환우선주는 만기 6개월짜리와 만기 1년짜리가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 누가 봐도 잠깐 동안만 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3000억원의 발행액중 1700억원은 우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주관했다. 주관사들은 산토리니유한회사(우리투자증권)와 산토리니제이차유한회사(NH투자증권) 등 2개의 SPC를 만들어 상환우선주를 인수시킨 후 ABCP 1755억원을 발행해 유동화했다.
나머지 1300억원은 동양종금증권이 주관사로 나섰다. 역시 SPC인 티와이알피에스제일차유한회사에서 1318억원의 ABCP를 발행한 자금으로 인수했다. 동양종금증권은 3개월마다 이루어지는 ABCP의 차환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해 매입보장약정을 맺었다.
상환우선주가 자본과 부채의 성격을 모두 갖는 양면성이 있지만 롯데건설의 경우엔 특히 자본보다는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 ▲만기가 짧기도 6개월 또는 1년으로 짧고 ▲3%의 배당률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CD+3.1%p의 금리를 지불하며 ▲배당 또는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연 19%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배당가능이익이 9000억원에 미달하거나 신용등급이 A- 아래로 떨어지면 상환우선주 보유자가 약정된 상환가액 전액으로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키움증권이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상환우선주는 어음차입금에 더 가깝다. 키움증권은 알피에스글로벌파트너스(유)란 SPC를 만들어 상환우선주를 6개월마다 차환되는 ABCP로 유동화했는데 ABCP 각 만기일에 상환우선주에 대한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즉 ABCP가 차환에 실패할 경우 키움증권이 상환우선주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를 갚도록 한 것이다.
◇ 법적인 문제 없지만 재무개선 없는 눈속임 우려
상환우선주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후순위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일부 기업들이 자금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건들은 모두 ABCP 발행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해 회계 상으로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상환우선주 태생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자본으로 인식해야 되는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이번 건처럼 상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하는 것은 상당히 스마트(smart)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과거에 자본잠식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악의적인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며 "어떤 내부사정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선주를 발행한 회사가 ABCP를 직접 매입하는 경우 아무런 자금조달 효과가 없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이 우선주를 발행해 놓고 이를 담보로 한 ABCP에 투자하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장부상 자본과 유동자산을 늘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ABCP의 경우 투자자에게는 단기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데다 실질 차입자가 누구인지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한 기업이 그 대금으로 ABCP를 매입해도 쉽게 알 수 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내년에 상장 이슈가 있어 재무구조를 개선해 상장가격을 높이기 위한 고민일 수 있고, 키움증권은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기 위해 상환우선주를 발행한 것인데 ABCP를 매입하면 그 자기자본을 더 확충할 수 있는 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