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중앙회, '하나로' 살린 후 대책은? 구체적 정상화 방안 없어..다른 부실저축銀에도 무대책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5일 10: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적자금도 아니고, 사적인 돈을 사적으로 쓰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중앙회가 구조개선적립기금으로 하나로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과 관련, 시장에서 형평성 및 실효성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저축은행 업계를 대변하는 곳이 중앙회이고 그 중앙회의 뜻을 대외에 알리는 것이 그의 역할이니 그의 말이 곧 업계의 뜻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구조개선적립기금은 말 그대로 저축은행들이 '업계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모은 기금이다. 그런 돈이라면 마땅히 그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한다. 얼마를, 어떻게 쓸 것인지 사전에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놨어야 했다.
그러나 중앙회는 기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던 듯 보인다. 하나로저축은행 인수에 관한 중앙회의 태도가 이를 증명한다. 단순히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다.
하나로는 업계에서도 소문난 '불량 매물'이었다. 그 간 수차례의 인수·합병(M&A)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영업권역이 지방인데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저축은행에 거금을 쏟아 부을 투자자는 없었다. 영업 정지 직전에 이르자 중앙회가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하나로를 살려 저축은행의 이미지 추락을 막고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중앙회의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두가지 의문이 있다.
우선, 하나로의 정상화를 '어떻게' 이뤄낼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당장 망하는 것은 막았지만 문제는 그 뒤다.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SI)가 있는 것도 아니고, W나 한신처럼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며 공격적인 IB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영업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을 세우는 것만으로 정상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러나 중앙회는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의문은 부실 저축은행이 나타날 때 마다 업계가 돈을 모아 구제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2009년 12월 말 기준 BIS비율이 8%대 미만인 저축은행은 하나로를 포함 17곳에 달한다. 이 중 13곳이 지방의 중소저축은행이다. 이들이 하나로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당장 이들 중 한 곳이 무너질 경우 더 이상 손을 쓸 방도가 없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왜 벌써 걱정해야 합니까?"
이에 대한 저축은행 관계자의 반문은 중앙회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으로 이번 사태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대변한다. 사적인 돈을 사적으로 쓰는 것이니 관여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그들의 '사적인 돈'에 0.1%의 이자라도 더 챙기기 위해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서민들의 희비가 갈린다. 진정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물이 새는 둑을 임시방편으로 땜질만 하다가는 장마가 왔을 때 둑이 터지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넘쳐나는 물살에 저축은행들만 휩쓸려 간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물살에 떠밀려 죄없는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면 그 책임은 대체 누가 진단 말인가. 중앙회는 과연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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