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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관리가 生死 갈랐다 리먼·메릴린치, 리스크관리 실패…JP모건·골드만, 위기를 기회로

김현동 기자공개 2010-04-12 07:01:17

[편집자주]

금융위기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하면 금융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58년 역사의 리먼브러더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도 리스크 관리의 실패 때문이었다. 반면 리스크 관리를 수익 창출의 핵심수단으로 명시했던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은 금융위기를 통해 드러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소개하고, 국내 금융회사 리스크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0년 04월 12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시카코 법률회사 제너 & 블록(Jenner&Block)는 지난달 11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과정을 상세히 소개한 2200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른바 '밸루카스(Valukas) 보고서'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는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상승하고 관련 파생상품 가격이 폭락하던 2006년 오히려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이 모기지 사업에서 철수할 때, 리먼브러더스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자기자본 투자를 늘렸다.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가 골칫거리에서 금융위기로 상황이 악화됐지만, 리먼브러더스는 발을 빼기보다는 '물타기' 식으로 투자규모를 배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대규

모 아파트 개발업체 아치스톤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처럼 리스크를 마구잡이 식으로 떠안으면서, 경영진은 리스크관리부서에서 정한 리스크 한도를 무시해버렸다. 리스

크 한도가 무너지자,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2006년말 리먼브러더스는 2007회계년도 리스크 한도를 종전 23억달러에서 33억달러로 43%나 늘려 잡았다. 2007년 7월 월평균 리스크 한도가 4100만달러 초과됐고, 8월( 6200만달러)를 시작으로 9월(6억800만달러) 10월(6억7000만달러) 11월(5억800만달러) 12월(5억6200만달러)로 한도초과분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8년 1월에는 한도 초과분이 7억800만달러에 달했다.

◇ "리먼브러더스 경영진의 위험한 도박"

리스크 한도가 초과되면 리스크위원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경영진은 리스크 담당자와 리스크 정책, 리스크 한도를 무시했다. 2007년 9월 당시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CEO)였던 리처드 풀러는 성장 전략에 문제를 제기하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와 채권사업본부장을 해고해버렸다.

리먼브러더스의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리스크 관리부서는 회사 내에서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비즈니스가 모든 의사결정을 지배했다. 경영진은 우리의 일자리와 주주들의 부를 갖고 위험한 도박을 했다."

회사의 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정하는 리스크위원회는 유명무실했고, CRO는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무너지자,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리먼브러더스도 속절없이 무너져버렸다.

금융위기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다 200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메릴린치 역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메릴린치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발생시켰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수익원이던 CDO는 50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낳았다.

메릴린치 역시 CRO와 일부 임원이 CDO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스탠리 오닐 회장은 해당 임원을 해고했다. 대신 자신의 측근을 CRO로 배치했다.

세계 최대 보험그룹이던 AIG도 리스크를 무시한 채, 수익성만 좇다가 대규모 손실을 냈다.

AIG는 2006년 10월 런던의 AIG FI(Financial Product)가 미국 모기지 관련 투자로 1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AIG CEO는 "손실이 발생한 일이 없다"고 발표하고 관

련 투자를 확대했다. UBS도 트레이딩 부서가 서브프라임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보고를 했음에도 CDO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를 확대해 손실을 입었다.

과거 우리은행의 CDO, CDS 투자 실패 사례도 마찬가지다. 2006년 우리은행은 투자은행(IB) 본부의 CDO, CDS 투자 시 리스크관리심의회의 사전심의절차를 없애버렸다. 리

스크관리위원회는 IB본부장의 CDO, CDS 전결투자가 감독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역할을 할 수 없었다.

◇ JP모건·골드만삭스는 CRO 경고 수용

반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은 리스크 관리 성공으로 금융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JP모건은 모기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CRO의 조언을 받아들여 CDO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성장성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모기지 사업

에서의 철수를 건의할 수 있을 만큼, 리스크 관리 부서의 위상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드만삭스도 2006년말 모기지 사업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리스크담당자를 일선 영업부서에 순환배치시켜 영업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이를 통해 리스크관리부서가 영업부서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9개 사업부문별 리스크위원회와 별도로, 그룹 총괄 리스크위원회를 구성해 부서

간 리스크 정보를 정유하고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토록 했다.

엄격한 신용위험 관리로 유명한 웰스파고는 2008년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와코비아를 인수했다.

리스크관리를 영업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한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웰스파고 등은 금융위기에도 살아남은 반면, 리스크관리를 영업의 장애물로 여겨 무시했던 곳은 위

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리스크관리는 금융회사 본연의 목표로, 신규 사업 진출 시 리스크 분석능력을 키우고 리스크 관리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워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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