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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뇌관, PF-ABCP 급증

황철 기자공개 2010-04-23 10:03:57

이 기사는 2010년 04월 23일 10: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 부실의 뇌관으로 통하던 PF-ABCP가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유동화 조달에 의존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단기금융시장으로 몰린 영향도 컸다.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건설업계 부실과 금융권 건전성까지 저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친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업체들이 발행을 주도하고 있고, 단기자금시장 또한 안정돼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최근 발행물의 금리 하락이 이를 잘 반영한다며 수치적 근거까지 제시한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한 PF-ABCP의 근본 리스크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분양 부진이 지속되고 정부 주도의 지원 여력 또한 떨어지고 있어 언제든 유동성 위험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으로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릴 경우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발행물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같은 맥락에 있다. 만기 1개월 이하 초단기물이나 네이키드(Naked; 금융권 신용보강이 없는 발행물) 물량의 등장은 최근 PF-ABCP 시장의 무분별한 수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위기 이후 4조 이상 급증

현재(15일) PF-ABCP 규모는 16조8020억원. 지난해 연말 15조2170억원보다 1조585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ABCP 잔액 규모가 급격히 줄었던 08년말(12조6197억원)에 비해 4조1823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건설 ABCP 급증을 주도한 곳은 대부분 신용등급 A- 이상 대형 건설사다. 롯데건설(A+)은 09년 이후 9130억원을 순발행해 1조4629억원까지 잔액을 늘렸다.

대림산업(A+; 8171억원), 두산중공업(A; 8060억원), 두산건설(A-; 7010억원), SK건설(A; 6453억원), 대우건설(A; 6385억원) 등도 증가폭이 큰 기업들이다.

ABCP는 기본적으로 차환 발행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 수개월 단위로 만기가 도래하고 차환을 거듭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나 건설사 재무구조 변화에 따라 금리 등 조건이 급변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차환 자체가 불가능해져 건설사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분양 증가, 자체 크레딧 이슈 등으로 재무상황이 나빠진 업체들은 고금리 차환을 거듭하다 결국 재발행에 실패하는 수순을 밟곤 했다.

최근 PF-ABCP 시장 확대에도 발행량이 크게 감소한 기업이 대표적 사례다.

삼호(CCC; 감소폭 2932억원), 풍림산업(BB+; 2060억원), 대우차판매(CCC; 1509억원), 신일건업(1505억원), 임광토건(1240억원) 등은 09년 이후에만 1000억원 이상 ABCP 잔액이 감소했다.

물론 사업 종료와 함께 상환에 나선 때도 있겠지만 차환 실패로 유동성난에 빠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오롱건설(912억원), 동문건설(900억원), 금호산업(613억원), 쌍용건설(586억원), 삼환기업(528억원), 극동건설(520억원), 경남기업(501억원) 등도 잔액이 크게 줄었다. 모두 위기설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던 건설사들이다.

자금시장 경색되면 차환 리스크 현실화

이들 중에는 시공능력 순위 30위권 이내의 중견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때 대형 우량사로 업계를 주름 잡던 건설사도 존재한다.

뒤집어보면 현재 PF-ABCP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상위 건설사들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단기자금시장에 돈이 몰릴 때야 문제가 없지만 수요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CP 시장 경색과 은행의 보수적 대출 태도가 맞물릴 경우 자금 부담은 더욱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ABCP는 약정만기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단기자금이다. 당장의 시장상황에 기대 단기성 조달을 늘리는 것은 제 2의 금호산업·대우차판매를 양산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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