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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는 SPAC, '안전' 공모 선호 시장 불안정+차별화 어려워...기관 물량 크게 늘려

이재영 기자공개 2010-05-12 15:38:01

이 기사는 2010년 05월 12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들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일반 물량을 줄이고 기관 물량을 크게 늘려 최대한 안전하게 상장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짠 것이다. 스팩간 차별화가 어려운데다 시장이 불안정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5~6월 중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팩은 신한 1호 스팩·교보KTB 스팩·메리츠 히든챔피언1호 스팩·대신 그로쓰알파 스팩·한국투자 신성장1호 스팩 등 5곳이다. 지난 3월 선발 스팩 4곳 상장에 이은 두번째 스팩 공모 시즌이다.

이들 스팩의 특징은 일반 물량은 줄이고 기관 배정 물량을 크게 늘렸다는 것이다. 대부분 기관 70%·일반 30%로 구조를 짰다. 교보KTB 스팩의 경우 기관 80%·일반 20%로 일반 물량을 법적 한계선까지 줄였다.

지난 3월 상장한 선발 스팩들은 일반 배정 물량을 넉넉히 잡았다. 미래·현대 스팩은 일반에 공모물량의 50%를 할당했다. 동양 스팩도 40%를 일반에 배정했다. 대우 스팩은 일반 물량이 30%였지만 공모 규모가 875억원으로 컸기 때문에 금액 면으로는 타 스팩에 밀리지 않았다. '일반투자자들도 쉽게 인수합병(M&A)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스팩의 도입 취지를 살린 것이다.

공모를 앞둔 후발 스팩들이 기관 물량 늘리기에 나선 것은 안전한 상장을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복이 심한 개인투자자보다는 대면 접촉·설득이 가능한 기관투자가 위주로 공모를 진행해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모 규모나 합병 대상 업종이 비슷해 투자자들이 보기엔 고만고만한 스팩들이 일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잇따라 공모에 들어간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차별화가 쉽지 않아 일부 스팩은 실권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스팩 관계자는 "사실상 증권사 이름 빼곤 차이점이 거의 없는데다 스팩 도입 초기의 신선함도 상당히 없어진 상황"이라며 "내부 논의 결과 기관 위주의 공모를 통해 일단 안정적으로 상장을 마무리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위기 등으로 인해 공모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스팩의 경우 기업 자체에 특성이 없기 때문에 공모 당시의 시장 상황이 청약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잘못해서 주가 하락기와 공모 일정이 겹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그리스 위기 전인 지난달 29~30일 공모 청약을 실시한 우리 1호 스팩에는 1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하지만 불과 열흘 뒤 공모를 진행한 신한 1호 스팩에는 477억원 정도의 자금만이 들어왔다. 편차가 20배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단 공모가 틀어지면 주관사가 떠안은 실권주의 처리 등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상장을 마치려는 것"이라면서도 "일반투자자들의 투자 기회를 넓힌다는 스팩 도입 취지가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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