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된 SPAC, 줄줄이 공모 연기 검토 교보KTB·메리츠 잇따라 실패...대신·한투 '비상'
이 기사는 2010년 06월 07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공모를 준비 중인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들이 줄줄이 일정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최초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등 스팩이 증시에서 '찬밥' 취급을 받고 있어 공모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수요예측을 마친 대신 그로쓰알파 스팩은 오는 10~11일 예정된 일반 공모 청약을 철회했다. 지난 3~4일 진행한 수요예측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주관사인 대신증권은 수요예측 결과를 대외비에 부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는 8~9일 수요예측을 실시하는 한국투자 신성장동력1호 스팩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일단 수요예측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결과를 보고 일반 공모 진행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아직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스팩들 역시 '무리하지 말고 지켜보자'는 쪽으로 태도를 바꿨다. 이달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었던 한 스팩 담당자는 "아직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라며 "증권신고서 준비는 해놓겠지만 제출 시기는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공모에 나선 스팩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7일 교보KTB스팩이 수요예측 실패 뒤 공모를 철회한 데 이어 메리츠 스팩도 일반 공모 청약이 미달된 것이다.
메리츠 스팩은 지난 3~4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130억원을 모집했지만 87억원어치만 청약되는 데 그쳤다. 경쟁률은 0.67대 1. 같은 날 청약을 실시한 일반기업 케이앤디티아이는 경쟁률 1059대 1에 1조6200억원의 청약증거금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스팩 관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3월 스팩 주가 급등 사태 이후 규제가 강화돼 스팩들이 공모에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1~2주 정도이던 거래소의 스팩 예비심사 기간이 최근엔 3~4주로 두배 가량 늘어났다. 최근 선발 스팩들의 주가가 부진한 영향을 후발 스팩들이 뒤집어 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결국 공급과잉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당수 스팩이 수요예측을 KTB자산운용·동부자산운용의 스팩 펀드나 저축은행에 의존하는 등 수요자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너무 많은 스팩이 쏟아지다 보니 필연적으로 미달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팩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며 기 상장 스팩 6곳 중 5곳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기에 차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일반투자자 상당수가 관심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스팩 공모가 다시 상승 흐름을 타려면 대우 스팩·미래에셋 스팩 등 선발 스팩의 인수합병(M&A)이 가시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A 이슈를 통해 시장의 관심을 스팩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팩 공모 시장의 부진한 흐름에는 스팩간 경쟁을 완화하는 순기능도 있다"며 "올 6월 이후 선발 스팩들의 M&A 움직임이 시작되면 시장 상황은 상당히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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