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CG펀드, 해외 프로젝트 투자 가능할까 현행 규정 ‘지분투자’에 한정…문화부 "중기청과 규정 개정 협의 중"
이 기사는 2010년 06월 25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컴퓨터그래픽(CG)펀드가 해외 투자를 앞두고 난관에 직면했다. 해외 CG시장에 진출해도 ‘프로젝트 투자’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의 규정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 3월 '1차모태조합'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해 150억원 규모로 ‘소빅글로벌CG조합’을 조성했다.
문화부가 총 펀드금액의 절반인 75억원을 출자했고 인터파크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각각 50억원, 20억원을 지원했다. 소빅창업투자는 5억원을 출자, 무한책임투자자(GP)로 참여했다.
문화부가 이번 펀드를 만든 목적은 약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해외 CG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CG부문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중소업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해외수주를 따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시장에서는 1년 동안 ‘해운대’ 급 블록버스터가 몇 개 나오지 않기 때문에 CG시장이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해외시장에서 10%만 수주한다고 가정해도 4000억원 규모의 CG시장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CG기업들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빅글로벌 CG조합’은 창업법상 '창업투자조합'으로 분류된다. 총 펀드결성액의 40%까지 해외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기청의 규정에 따르면 이 조합은 해외투자에 나서더라도 해외업체의 지분에만 투자할 수 있다. 해외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내 업체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CG부문을 수주한 국내업체가 있다고 해도 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CG사업은 산업특성상 프로젝트 비중이 높다. 영화사업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프로젝트로 기획되며, CG 등의 관련 사업은 대부분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최근 들어 영화제작사들은 CG업체가 영화에 일정부분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업리스크를 줄이고 하청업체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CG업체 입장에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최소 수십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CG업체들이 기술·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 그 동안 해외진출을 제대로 못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CG펀드가 결성됐다.
문화부는 중기청과의 협의를 통해 조만간 관련 규정을 수정할 계획이다. 지분투자에 국한돼 있는 투자범위를 프로젝트로 늘리겠다는 것.
문화부 관계자는 “현재 중기청과 해외투자부문 관련규정을 놓고 협의 중”이라며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빠르면 펀드 결성 완료되는 오는 9월 1일까지 규정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기청은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투자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를 거치더라도 단기간 내 긍정적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CG업계 관계자는 “CG펀드는 해외 프로젝트 투자를 제외할 경우 투자집행률이 크게 떨어져 유명무실 하게 될 수 있다"면서 “보다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기청이 규정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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