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광고전, 자충수 되나 경쟁자 현대차 겨냥 간접비방..출판 및 광고금지 서약 위반
이 기사는 2010년 10월 05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벌이고 있는 텔레비전 및 신문 광고가 이번 딜에서 자충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들 광고는 매각 공고 이후부터 본격화된 이래 현대그룹이 매각 측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비밀유지 및 비방 금지 의무를 서약(CA)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어 계약위반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건설이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공자금 회수를 위한 공정경쟁 저해 여부도 논란의 여지를 불러 일으킨다.
현대그룹이 최근 집행한 광고는 매체를 막론하고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당위성을 강조한 '사재출연'편이다. 이 광고에서 현대그룹은 과거 고(故) 정몽헌 회장이 4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 부실 책임이 있는 구(舊)사주 논란을 무마하면서 경쟁자보다 우월한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심리전으로 분석된다.
사재출연편은 실제 규모가 4400억 원이 아니었다는 사실 왜곡 논쟁으로 이어졌지만 현대차그룹에 대한 선제공격으로는 유효했다는 평이다. 범 현대가 계열이면서 현대건설 부실화 당시 손을 놓고 있던 현대차그룹이 국민 세금으로 정상화된 기업을 노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면을 부각시킨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고무된 탓인지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차그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두 번째 광고를 내보냈다. '자동차 기업 1위'편이다.
주요 내용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는 것을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등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인수할 테니 현대차그룹은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이 되는 것에만 매진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두 번째 광고는 이미 개시한 심리전을 심화하면서 경쟁 상대를 자극시키기에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얻는다. 현대건설 인수가 현대차그룹에 시너지가 없다는 걸 객관적 3자의 부정적 코멘트를 차용해 파고든 시도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그룹이 이런 광고를 인수의향서 제출 이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산업은행과 메릴린치 등 이번 딜의 매각 자문사 측은 인수전 초청서(invitation kit)를 발송하면서 비밀유지 및 비방금지 서약서를 첨부했다. 현대그룹도 지난 1일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서약서를 첨부했다.
따라서 현대그룹이 광고 등을 삼가하기로 한 서약과 광고 등이 충돌하는지의 여부가 계약위반의 쟁점이 된다. 서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수 후보자의 비공개의무
당사는 본건 거래와 그 거래 조건들을 대중에게 공개하거나 그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하지 않고, 귀행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는 어떤 형태로든 다음의 정보를 광고하거나 출판하거나 공공연하게 암시하지 않을 것임에 동의한다:
1. 당사가 기밀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사실 혹은 그러한 기밀정보의 제공을 암시하는 자료들;
2. 당사가 본건 거래에 관하여 매각주체들 및 공동 매각주간사와 협의·협상 중에 있다는 사실 혹은 그와 같은 협의·협상의 존재를 암시하는 자료들; 및
3. 본건 거래의 조건이나 사실적 배경 및 그와 같은 조건이나 배경의 존재를 암시하는 자료들.
이같은 비공개의무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경쟁 상대인 현대차그룹을 직접적으로 지목하지 않았지만 상대를 간접적으로 비방하고 있는 사실이 문제다.
현대건설 인수전과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에서 후보자들이 경쟁우위를 위해 정보전이나 심리전을 펴는 것은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공개적으로 출판 및 광고를 통해 상대를 깎아내리고 있어 논란이 된다.
이에 대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중론은 현대그룹이 개시한 광고전이 인수전에 참여하는 후보로서 명백한 계약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본선 주요 평가 기준에서 공정 입찰 방해로 인한 감점요인이 될 것이라는데 모아진다.
반면 현대그룹이 비공개의무에서 서약한 기밀정보나 협상자료를 대중에 퍼뜨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현대그룹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세 번째 광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충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이 심리전을 지속하는 이유는 이번 인수전에서 밀릴 경우 그룹 경영권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대그룹이 지난 KCC와의 적대적 경영권 분쟁에서도 감성적 언론 플레이를 통해 실익을 얻었던 학습효과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논란에 관한 매각 측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자문사 관계자는 "주요 평가항목과 관련한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점이 있다"면서도 "일방의 공개적인 비방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만간 관계자 논의를 거쳐 (제재에 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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