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이면 EV/EBITDA 10배도 안돼 [Valuation & Pricing]②현대엔지니어링·서산간척지 등 숨겨진 '보물'만 4~5조
이 기사는 2010년 10월 15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현대건설 주주협의회가 현대건설 지분(경영권 포함)을 4조원에 매각할 경우 '저가매각'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시가로 평가하면 EV/EBITDA가 10배 아래로 떨어져 대우건설 하이마트 등 다른 빅딜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안에는 새 주인이 인수후 내다 팔 수 있는 비영업용 자산이 족히 4조원에서 5조원에 육박한다. 4조원을 주고 인수를 하더라도 이중 상당액을 곧바로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장부가 기준 EV/EBITDA 16배 수준이지만현대건설이 매년 이자나 감가상각비를 빼고 벌어들이는 이익(EBITDAㆍ에비타)은 매년 5200~6500억원 수준. 작년말 기준 EBITDA(영업이익+현금흐름표상 감가상각비)가 4858억원이었고 올해 추산치가 6500억원 정도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5200억원 수준.
또 에비타와 함께 적정 매각가를 판단하는 수치인 기업가치(EVㆍEnterprise Value)는 현대건설 경영권을 4조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대략 8조원대 후반으로 추산된다.
EV는 회사를 살 때 단순히 주식을 사는데 쓰는 돈이 아닌 실제로 감당해야 할 가격을 말한다. 이는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인수가액에 회사가 갖고 있던 '빚'(이자부부채)을 더하고, 현금성자산과 현금화가 가능한 비영업용 자산을 공제해 구한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Market Capㆍ10월12일 종가기준, 보통주+우선주 합산)은 대략 8조2200억원 수준. 이의 경영권을 4조원에 산다고 할 경우 주식 100%기준 매입가격은 11조원대다.
재무제표상으로 올 6월말 기준 현대건설의 이자부 부채(장ㆍ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부채, 사채 등)는 9562억원. 또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 1조원과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주식 등의 값어치 2조3000억원(재무제표상 장부가 기준) 등을 더하면 대략적인 비영업용 자산은 3조6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건설 지분 34.88%를 4조원에 인수할 경우의 EV는 8조원대 후반이 된다.
결국 4조원에 경영권을 인수할 때 현대건설의 EV/EBITDA는 대략 16배 수준. 즉 16년 뒤에는 현대건설이 매년 버는 돈으로 경영권 인수에 쓴 돈을 다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뜻 보기에는 건설업종 치고는 낮은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현대건설이 보유한 영업과 무관한 자산들, 이른바 나중에 새 주인이 언제든 내다 팔수 있는 자산들이 '시가'보다 1/10수준인 '장부가'로만 평가된 금액에 불과하다.
◇ 비영업용 자산 시가로 하면 EV/EBITDA 뚝 떨어져인수가액이 높더라도 인수 후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면 실제 인수부담은 줄게 된다. 현대건설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호그룹도 대우건설 인수 후 대우빌딩을 팔아 인수가액의 부담을 줄인 사례다. 당시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6조원 이상을 썼지만 그중 1조원을 대우빌딩 매각으로 회수했다.
관건은 현대건설 자산의 '실제가치', 이른바 시세가 얼마냐 하는 점. 현재 현대건설의 자산 가운데 '현금과 처분가능한 투자자산'가치는 시세를 감안하면 4조원, 많게는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72.6%)과 현대도시개발(100%)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올 6월말 기준 재무제표에 장부가격으로 각각 1871억원, 1680억원으로 올라와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보는 현대엔지니어링 주식가치를 적게는 1조5000억원, 많게는 2조원 수준이다. 또 충남 태안의 서산간척지를 포함한 현대도시개발의 지분가치 역시 못해도 1조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평가 된다.
쉽게 말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은 이 두 자산만 팔아도 곧바로 2조7000억원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자체적으로 엔지니어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건설 관련 매출도 9%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내다팔아도 현대건설 영업에 그다지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과거 상당수 증권사들은 앞다퉈 "현대건설이 서산토지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만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너끈히 4조원은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숨은 자산은 또 있다. 1조원이 넘는 현금과 예금, 그리고 이번 매각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도 있다. 현대상선 지분은 4000억원으로 평가돼 있지만 실제 값어치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현대건설을 4조원에 판다는 것은, 안에 4~5조원대의 내다팔 수 있는 자산이 있는 회사를, 이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실제 매입가(EVㆍ내재가치)를 추산하면 EV/EBITDA는 급락한다.
우선 현대건설의 실제 매입가치가 주식매입가격보다 낮은 7조원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올 한해 거둬들일 에비타 6500억원을 단순 대입해도 EV/EBITDA는 11배 수준에 그친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향후 EBITDA를 감안하면 10배 아래로 떨어진다.
결론적으로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격(3.5~4조원)은 국내 M&A 시장에서 나온 대형 매물 가운데 거의 최저치 수준인 셈이다.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M&A의 EV/EBITDA도 업종별 차이에도 불구, 14배를 넘어선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50%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도 허다했다.
지난 2006년 단행된 대우건설 매각의 경우 적용된 EV/EBITDA는 15배를 넘어섰다. 이처럼 과도한 EV/EBITDA가 붙은데는 해당기업의 높은 자산가치가 반영된 탓이다. 현대건설의 자산이 이들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쌍용건설을 매각할때는 동국제강이 무려 20배에 달하는 EV/EBITDA를 제시했던 전력도 있다.
극단적으로 볼 때 현대건설을 4조원에 인수하게 되면 1~2년내 현대건설의 자산 몇개만 내다팔아도 인수대금의 절반은 그대로 회수하게 된다. 2조원 전후로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산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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