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차원 'CEO 양성계획' 도입될까 전문가 90% "CEO후보 양성계획 필요"..감독당국, CEO양성계획 공시검토
이 기사는 2010년 10월 18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 사태'를 계기로 은행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이른바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방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CEO 후보 발굴·양성 계획(succession plan)'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마련 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이 같은 방안이 담길지 주목된다.
◇ BCBS "이사회, 은행경영·지배구조에 궁극적 책임"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SBC)는 최근 발표한 '은행 지배구조 개선안(Principles for enhancing corporate governance)'에서 이사회가 은행의 영업전략, 리스크관리, 지배구조 등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경영진에 대한 감시 기능과 관련해 "법률이나 감독규정에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최고 경영진을 선임하고 필요할 경우 교체해야 한다. 또 경영진 후보를 발굴·양성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사회가 은행 경영에 대한 궁극적 책임과 함께 'CEO 리스크'까지 해결하라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CEO의 전횡에 따른 리스크관리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BCBS는 이사회 구성원이 은행 경영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며, 효과적인 경영진 견제를 위한 리스크 보고체계와 독립적인 리스크관리책임자(CRO)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초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마련된 '사외이사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CEO의 분리만으로 이사회가 기존 경영진이나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효과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방식을 바꾸고, 이사회 구성원에 대한 자질검증 시스템 마련, 독립적인 리스크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사회 이사를 임명할 때 기존 경영진이나 특정 주주가 과다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선관위나 헌법재판소 법관 임명처럼 은행의 주주, 종업원의 대표기관인 노동조합, 공익을 대표하는 기관 등이 추천한 후보들이 이사회에서 황금분할의 비율을 갖도록 선임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CEO리스크 해결위해 'CEO후보 양성계획' 필요"
리스크관리 전문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대다수가 'CEO 후보 발굴·양성계획'의 필요성을 꼽았다.
설문대상자 21명 중 19명(90%)이 '후보 발굴·양성계획'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후보 발굴·양성계획'을 마련하되, 제도적으로 모든 은행에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한 설문답변자는 "차기 경영진 후보군 공개를 통해 사전검증, 경영자 수업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경영진 후보 공개는 관치금융 우려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복수의 CEO 후보를 공개할 경우 내부 파벌 형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실적으로는 CEO의 정년을 설정하고 정년 1∼2년 전부터 현 CEO가 스스로 후계자를 선정해 가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CEO후보 양성계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영진 후보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CBS는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감독당국은 건전한 지배구조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CEO 연임에 대해서는 설문답변자 대다수가 연임제한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답변자 가운데 81%가 연임제한에 반대의사를 밝혔고, 연임제한이 필요하다고 답한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연임여부에 대한 결정은 주주의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2∼3연임 정도로 연임횟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91년부터 은행장 3연임, 지주사 회장 4연임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13년간 경영권을 놓지 않을 만큼 장기집권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은행권 관계자는 "장기집권의 대명사인 신한지주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지배구조의 사례로 꼽히는 것 자체가 특이한 경우"라며 "금융회사는 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라서 권한이 집중되면 파벌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2연임 정도로 임기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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