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1월 17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는 최근 수 년래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로 꼽혀왔다. 소득이 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건강'이 인류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트렌드를 앞서 읽어야하는 벤처캐피탈(VC)들은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했고 투자를 단행했다. 정부와 기관투자가들도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 투자 포트폴리오의 5~10%는 바이오로 가져가도록 했다.
그러나 바이오는 아직도 '유망하기만 한' 업종이다. 바이오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본 벤처 투자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VC들은 그 원인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찾는다. 상대적으로 짧은 조합 만기와 미성숙한 시장 구조가 투자에서 엑싯(EXIT)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방해한다고 했다.
특히 신약 개발 분야 투자가 어렵다.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릴 확률이 높지만 개발에서 임상을 거쳐 '인증'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하다. 임상 단계에서 좌절되는 경우도 허다한데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러 임상을 마쳤다 해도 상용화가 되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VC들은 이를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조합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바이오가 뜨기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 당시 만들어진 조합으로 투자를 단행했던 VC들은 사업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엑싯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조합의 만기가 대체로 5년이었던 탓이다.
VC업계 관계자는 "투자 당시에는 사업이 빨리 추진되면 M&A나 우회상장으로 엑싯하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진행 속도가 느려 문제가 생겼다. 실적이 나야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그 시점까지 끌고 갈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벤처 투자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미국에서는 VC들의 바이오 투자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리스크가 크고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점은 한국과 동일하지만 투자 조합의 기한이 길다. 대체로 미국 VC의 바이오 관련 조합은 만기가 10년이다. 10년은 두고 봐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고 여기는 것이다.
미국 바이오 시장은 M&A가 매우 활성화 돼있다.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간 제휴도 활발하다. 소형 바이오텍들은 임상 단계별로 대형 제약사에 라이센스 아웃을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일반화 돼 있다. 굳이 상용화 단계까지 가지 않아도 기술력만 인정 받으면 바이오텍의 실적이 가시화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얘기다. 물론 VC들의 투자와 엑싯도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소형 바이오텍과 제약사들간의 상호공조 및 상생 관계가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상황이다. 바이오 분야 육성의 중요성은 하루가 멀다하고 강조되고 있지만 시장 구조가 미성숙한 탓에 VC들의 바이오 투자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못했고 EXIT 방법 역시 다변화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가 언제까지나 유망하기만 한 산업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효자 산업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 같은 시장 제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정부와 대형 제약사들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리드가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업계 내외에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LP들 역시 보다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5년, 7년 단위의 조합으로는 VC들의 바이오 투자 성공 사례가 나오기 어렵다. 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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