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이해상충 딜레마 직면 그룹CFO가 CRO 겸임...리스크관리위원회 견제기능 미약
이 기사는 2011년 04월 14일 14: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와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리스크 지배구조가 다른 지주사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리스크관리 전담 임원(CRO)을 겸임하고 있다. 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정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원도 비전문가가 다수여서 경영진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애매한 CRO 위상...독립성·자율성 저해
KB금융의 리스크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CRO의 위상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현재 그룹 CRO는 윤종규 부사장(CFO)이 겸임하는 체계다.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CFO가 CRO를 겸임하는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각기 다른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될 수 있어,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CFO와 CRO를 별도로 두고 있다.
CFO와 CRO에 대한 선·해임 권한은 최고경영자(CEO)인 어윤대 회장이 갖고 있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리스크관리 정책 수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CRO 직제를 별도로 두지 않다가 작년 7월부터 CFO가 CRO를 겸임하는 체계가 됐다"면서 "CFO와 CRO의 분리 문제는 그룹의 전략차원에서 다뤄질 부분"이라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CFO와 CRO는 업무영역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상충이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다른 금융회사들은 재무와 리스크관리를 이원화시켜 운영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금융지주팀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사 과정에서 리스크관리에 대한 문제점이 나타날 경우 개선방향에 대한 논의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CRO의 위상이 다른 은행에 비해 떨어진다.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의 CRO가 부행장급 집행임원인 반면 국민은행 CRO는 부행장급보다 한 단계 낮은 본부장이 관할하고 있다. CRO가 본부장이라서, 리스크관리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 사외이사 전문성 없고 경영진 견제기능도 미약
리스크관리위원회 내 사외이사들의 리스크관리와 관련한 업무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현재 KB금융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상임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장은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서울특별시 조사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조재목 에이스리서치센터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한국회계학회 재무회계 2분과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고승의 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신임인 김영진 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자출신이다.
국민은행 리스크관리위원회 역시 금융회사 재직 또는 리스크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김홍범 한국은행 경남본부 자문교수·경상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겸 경제학과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요찬 국무총리실 조세심판원·법률사무소 정상 변호사와 박재환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등도 리스크관련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족으로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거수기로 전락한 상황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상정된 결의안건 중 위원장 선임 건(국민은행)을 제외한 리스크관련 정책사항(KB금융지주 5건, 국민은행 21건)은 모두 100% 찬성 처리됐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 자체도 약하다"면서 "금융전문가 또는 리스크 관련 업무 경력이 있는 사외이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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