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이유있는' 대우建 블록딜 흥행 참패 2000만주 중 967만주만 매각..마케팅 부족 · 오버행 이슈 등 발목
이 기사는 2011년 07월 27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야심차게 진행했던 대우건설 블록딜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계획했던 물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면서 낙제 수준을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금호산업은 지난 26일 공시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지분 2000만주를 처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지난 4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체결했으며, MOU 상 재무구조 개선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북빌딩(수요예측)에 나선 결과,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967만 여주(1228억원)를 파는 데 그쳤다. 이번 거래를 통해 27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려고 했던 계획 역시 어그러졌다.
할인율을 7%나 적용하는 등 시장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라는 좋은 매물을 시장에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발행사 및 주관사의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점과 추후 오버행 이슈에 노출돼 있다는 점 등을 흥행 실패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호산업과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은 25일 늦은 오후부터 본격적인 수요예측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과의 사전 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수천억 규모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자 기관들도 쉽게 매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관 투자자 관계자는 "보통 거래 개시 몇 시간 전에는 주관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사전 교감을 나누지만 이번에는 너무 급작스럽게 거래가 일어났다"며 "마케팅 부족이 흥행 실패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7%의 가격 할인율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우건설 주가가 너무 올라 가격 메리트가 없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지난 달 13일 올해 최저가인 9270원을 기록한 후 최근까지 40%가 넘게 올랐다. 금호산업이 블록딜에 나선 25일에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5개월 중 최고가인 1만3650원을 기록했다. 결국 자금 확보를 위해 대우건설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하는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최대 효용을 거둘 수 있는 타이밍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거래 시점을 잡다보니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하자 서둘러 시장에 내다 판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버행 이슈(물량부담)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금호산업 외에도 금호타이어가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지분 4.4%를 보유하고 있는 3대주주다. 두 회사의 보유 지분을 더하면 약 790만주(19.1%)에 이른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약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물량이다.
두 회사가 일정 기간 여유를 두고 매각에 나선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수천억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관들도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울러 기관들이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건설사 주식을 많이 사들이면서 대우건설 주식을 담을 여력이 없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여전히 대우건설이 시장에서 저평가돼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안 이행을 위해 서둘러 지분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며 "3개월 후 보호예수가 풀리면 잔여 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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