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능력은 위기관리가 핵심" '위기관리 10계명' 펴낸 전성철 회장…"최중경 장관·저축은행장 위기관리 0점"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8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위기관리의 시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위기가 터지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금융회사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없다.
왜 이런 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위기란 항상 예고가 없고, 언제든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최근 '위기관리 10계명'을 펴낸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사진)의 말을 들어보자.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기가 터지면 다들 정신이 없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지죠.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은 위기관리가 핵심입니다."
실제로 위기 관리에 성공한 CEO와 그렇지 못한 경우를 보면, 전 회장의 말에 무릎을 치게 된다.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지난 4월 고객정보 해킹 사태가 발발한 직후 해외 출장에서 급거 귀국했다. 귀국 후 정 사장이 직원들에게 던진 첫 마디는 의외였다. "(CEO인) 내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라."
갑작스런 사고에 놀라 당황하던 직원들은 이 한 마디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책임자 색출부터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안절부절 못하던 보안 담당자들은 한 숨을 돌리고 수습책 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 사장은 또 고객정보 해킹 사실을 언론에 공개토록 했다. 귀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정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자칫 해킹 고객의 손해배상 소송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의 내부 변호사들은 소송을 우려해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소송보다는 고객의 피해가 우선이었다. CEO로서 고객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반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결국 사퇴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위기대응은 판이했다.
최 장관은 사태 발생 직후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다. 대국민 사과는 서면으로 대신했다.
이후 대응 역시 엉망이었다. 최 장관은 정전사태 다음날 "(단전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손해를 보상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해명하는 데만 급급했다. 공식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은 없었다.
◇ "내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라" vs. "최악사태 피하려는 것이었다"
정 사장과 최 장관의 사례는 위기관리에 대한 CEO의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의 사례는 적지 않다.
2008년 9월 GS칼텍스는 고객 1100여만 명의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지만, 솔직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오히려 이미지를 개선시켰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최악의 사례다. 전산망 장애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CEO는 사건 발생 후 사흘이 지나서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것도 없다"는 발뺌까지 했다.
전 회장의 진단은 이렇다.
"최 장관은 먼저 사과하고 사퇴했어야 합니다.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지요. 저축은행 사태도 마찬가집니다. 저축은행장들이 먼저 공개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 보니까 나쁜 기업(bad guy)이 된 겁니다. 최 장관이나 저축은행장들이나 모두 위기관리에서 0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위기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 회장은 위기관리를 무대 위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 비유했다. 소비자, 언론, 시민단체 등의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만, 객관화된 시각으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라는 것은 기업이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무대 위에서 재판을 받는 셈입니다. 결국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평생 어떤 위기도 겪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기에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참담한 위기를 당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호떡집에 불 난 상황에서 이성과 합리가 제대로 작동하겠습니까?"
◇ "위기는 무대위에서 재판받는 것…위기겪지 않았더라고 대비해야"
CEO에게는 위기를 대비해 위기관리팀을 꾸리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위기란 것은 한 회사가 그때까지 사회와 맺고 있던 관계가 재편되는 과정입니다. 위기 자체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회사가 이전까지 쌓아온 존경·사랑·미움·질투 등 소비자들의 감정 조합이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CEO는 위기를 대비해야 하고 직원들에게도 대비시켜야 합니다. CEO는 위기 상황에 대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관객의 입장이 되어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위기관리의 본질을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전 회장은 위기관리를 몸소 체험한 위기관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건 당시 동아건설의 위기를 관리했고,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화반출 사건 등 직접 겪은 위기만 수십 건에 달한다. 김&장의 위기관리 프랙티스 그룹 팀장으로 있으면서 위기에 처한 기업 경영진의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책기획비서관으로 국가 위기관리의 노하우까지 터득했다. '위기관리 10계명'은 그의 위기관리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