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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의 글로벌 오토게임]폭스바겐과 비틀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7-29 08:08: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2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37년 5월 28일 설립된 폭스바겐은 현재 세계 최대의 자동차제조회사다. 폭스바겐은 2차대전 기간 동안에는 독일군이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를 생산했는데 전쟁포로수용소와 나치강제수용소에서 약 2만 명을 차출해 강제노역에 투입했다. 종전 후 폭스바겐은 영국점령군사령부의 관할에 놓였다. 영국군은 전쟁배상의 일부로 공장을 해체하려고 했지만 아이반 허스트(Ivan Hirst, 1916~2000) 소령이 나서서 막았다. 영국군용 자동차 생산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스트 소령은 폭스바겐의 생명의 은인으로 불린다.

회사가 재가동 된 후 포드자동차에 인수를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고 1949년 10월 8일 영국점령군사령부는 폭스바겐을 독일정부에 이전, 실질적인 경영을 니더작센(Lower Saxony) 주에 이관했다.

폭스바겐의 사업은 독일 라인강의 기적과 함께 성장했다. 1955년에 100만 대째 차량 생산을 기념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의회가 제정한 폭스바겐민영화법(일명 폭스바겐법)에 의해 1960년 8월 22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되었다. 이 법에 의해 폭스바겐 지분의 60%가 일반공모되었고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40%를 보유하게 되었다.

폭스바겐이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는 오늘날까지도 폭스바겐(국민차)을 상징하는 딱정벌레차 비틀(Beetle)이다. 비틀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디자인한 것이다. 나치 정부는 1934년에 포르쉐에게 독일의 국민차를 개발하라는 공식명령을 전달했다. 히틀러는 베를린의 카이저호프호텔에서 열렸던 회의에서 이 자동차에 대한 정확한 사양을 내놓았다. 2인의 성인과 3인의 아동을 시속 100킬로 미터의 속도로 운송할 수 있어야 하며 당시 근로자 평균 주급이 32제국마르크였음을 감안하여 소형 모터사이클의 가격인 990제국마르크를 저축하면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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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르쉐는 이미 범용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1932년에 나온 모델은 비틀보다 훨씬 더 딱정벌레처럼 생겼다. 비틀은 1939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2만의 나치당원들과 히틀러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그 모델이 공개되었다. 히틀러가 1호 차주가 되었다.

히틀러는 헨리 포드 자서전(‘My Life and Work')의 애독자였다고 한다. 포르쉐가 1934년에서 1938년에 걸쳐 비틀을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포르쉐는 대량생산 방식을 공부하기 위해 디트로이트의 포드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틀은 210대 정도 생산되고 2차 대전을 맞아 전쟁 후에야 제대로 세상에 나왔다.

비틀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자동차 모델이다. 1908~1927년에 생산되었던 포드의 ‘Model T'를 능가한 유일한 차종이다. 그리고 ‘Model T'는 박물관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직접 체험하지 못한 자동차지만 비틀은 아직도 다닌다. 대중적인 인기가 대단하다.

자동차는 아직도 비싼 물건이다. 특히 옛날에는 최상류 계층만 구입이 가능해서 보통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꿈이었다. 비틀이 그를 바꾸었다. 수백만의 보통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유럽뿐 아니라 특히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2차 대전 후 도시화의 추세와 동반 성장했다. 코카콜라와 비견되는 글로벌 아이콘이 된 것이다. 디즈니가 1968년에 제작했던 영화 ‘The Love Bug'이 비틀의 인기를 더 높였다.

‘정이 든 물건'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무생물인 물건에도 정서적으로 유착된다. 톰 행크스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0)에서는 극한 상황에서 주인공이 배구공 윌슨을 거의 반려견 수준으로 대한다. 칼 막스가 말했듯이 사람은 물건에 집착하고 심지어는 숭배한다. 자동차가 가장 좋은 예다. 또, 자동차는 움직일 뿐 아니라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와 일체가 되고 운명공동체다. 그래서 사람은 자동차를 세차하고 광택을 내면서 애지중지한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대량으로 사회에 유포되면 그 물건은 소유주들을 통해 사회적 기능을 개시한다. 비틀은 인간이 자동차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Rieger).

오리지널 모델 비틀은 2003년에 21,529,464호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 마지막 차는 폭스바겐 본사 박물관으로 갔다. 1999년에 행해진 한 조사에서 비틀은 ‘Model T', BMW 미니, 시트로엥 DS에 이어 20세기 동안 네 번째로 영향력이 큰 자동차에 선정되었다.

폭스바겐은 1997년에 비틀을 본뜬 뉴비틀(New Beetle)을 선보였다. 이 차는 전륜구동이고 엔진도 차 앞쪽에 있다. 주로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뉴비틀을 2019년까지만 생산하기로 했다. 약 70년에 걸친 비틀의 역사가 일단 마감되게 된다.

폭스바겐의 역사와 비틀의 사회적 의미는 하버드대 출판부 발간, 영국 UCL Bernhard Rieger 교수의 책 ‘The People's Car'(2013)에 잘 다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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