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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디테일]'역대급 공모' 엘앤에프, 경쟁사 에코프로비엠 의식했나①소극적 투자 탓, 실적·생산능력 열위…4771억 조달로 단번에 상쇄 노려

조영갑 기자공개 2021-06-14 11:08:55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07: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가 코스닥기업 역대 최대인 4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양극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시장에 조기 진출을 하고도 소극적 투자유치 탓에 경쟁사 에코프로비엠 대비 생산능력(CAPA)·실적이 크게 열세인 상황을 단번에 뒤집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타사가 범접하지 못하는 하이엔드급 90%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4771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발행 예정 신주는 650만주, 엘앤에프 총주식 수의 23%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발행가액은 7만3400원이다. 엘앤에프의 최근 가중산술평균 주가 대비 1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7월 8~9일 우리사주, 구주주 대상 청약을 진행한 뒤 7월 13~14일 실권주를 대상으로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납입기일은 7월16일이다.

◇엘앤에프 자신감 반영, 외부 투자 유치 전략 변화

업계에선 발행가액 할인율을 두고 엘앤에프의 자신감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보통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시 청약 흥행을 위해 최대 30%까지 할인율을 적용해 문호를 넓히는 데 반해 엘앤에프는 15%가량의 할인율을 적용, 미래 성장성과 주가 상승 여력을 시장에 어필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유상증자 발행가액인 점을 고려하면 낮게 설정된 할인율"이라면서 "성장성에 대한 회사의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후폭풍(주가 급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유상증자 결정이 공시된 18일 종가는 8만7600원이었지만 다음 거래일인 20일 종가는 8만7800원을 기록해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엘앤에프는 24일 장중 한때 9만원을 돌파하면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유상증자로 확보할 4771억원 중 2300억원을 시설자금에 투입하고, 나머지 2471억원은 운영자금에 투자한다. 운영자금 중 대부분은 하이니켈 NCMA 양극재의 원재료인 리튬, 니켈 복합물 확보에 쓰일 예정이다. 2023년 10월까지 기존 증설 중인 대구공장에 2300억원의 시설자금을 투입, 양극재 생산능력을 12만톤 수준까지 늘리고, 원재료 역시 증산량에 맞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엘앤에프는 외부 투자유치에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GS그룹의 방계로, LG전자에 디스플레이 백라이트유닛(BLU) 등을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던 관성 탓이다. 경쟁사와 비교해 2차전지 양극재 시장에 한발 앞서 진입했지만 '홀로서기'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을 받은 이유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향 매출비중은 2019년 80%에서 지난해 71.2%, 올해 1분기 67.2% 수준이다. 매년 비중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의존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는 선대인 허만정 전 회장 시절인 2000년 중소형 ESS용 양극재 시장에 진출해 업력을 쌓았다"면서 "LG화학과 오랫동안 공동 보조를 맞춘 것이 오히려 자체 투자의 적기를 놓치는 등 역기능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자금조달 시장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지난 2월 메자닌 발행에서도 드러난다.

엘앤에프는 당시 전환상환우선주(RCPS) 46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0억원, 전환사채(CB) 90억원 등 총 85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첫 대규모 투자유치였다. 지난해 말 LGES과 체결한 1조4547억원 규모 NCMA 양극재 공급계약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 목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행가 할증 등을 놓고 시장과 이견을 보이다가 시기가 다소 지연됐고, 규모 역시 시장의 예상치에 밑도는 수준에 그쳤다. 당시 평균 주가의 20% 수준에서 할증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만 5500억원 유동성 확보, 경쟁사 겨냥?

반면 후발주자로 평가되는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와 공동 보조를 맞추면서 빠르게 대형 설비투자를 진행, 이미 지난해 연 6만톤 수준의 생산능력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CAM5(5공장) 3라인이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2라인 역시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경우 올해 3개 라인이 모두 가동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은 CAM(공장)을 늘릴 때마다 약 1500억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

여기에 2022년 1분기 양산을 앞둔 CAM6, 2023년 양산 예정인 CAM7 등을 합치면 2024년께 에코프로비엠의 생산능력은 18만톤 수준까지 확대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헝가리·미국 등의 해외법인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액 8547억원,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해 '매출 1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매출액 3561억원, 영업이익 15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투자 적기를 놓친 것이 전반적인 실적의 열세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그동안 엘앤에프가 보인 엇박자를 상쇄할 수 있을 만한 규모로 평가된다. 당장 현금 유동성만 2월 투자유치 건과 합쳐 5500억원 이상 확보된다. 여기에 올 4월 SK이노베이션과 1조2175억원 규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어 LGES 향 의존도 역시 완화했다.

엘앤에프는 LGES-테슬라 향 하이엔드 NCMA(90%급)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SK이노베이션향 미들엔드급 NCM(70~80%급) 공급망을 확장해 수년 내 에코프로비엠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생산능력을 확충하고도 에코프로비엠 대비 약 6만톤 이상 격차가 존재해 매출 차이를 단기간에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코프로비엠(6.4%) 대비 현저하게 떨어지는 영업이익률(0.42%)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당면 과제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현재 기준 연 4만톤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2020년 말까지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라면서 "지난해 세계 최초로 90%급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한 만큼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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