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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자금 조달 '규모·조건' 바뀐 배경은 '1000억→850억' 목표로 감액, 할증·CPS 발행 조건에 투심 '싸늘'

조영갑 기자공개 2021-02-16 12:27:5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0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양극재 생산기업 엘앤에프가 생산설비 확장을 위해 85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한다. 당초 목표액으로 알려졌던 1000억원에 다소 못미치는 규모다. 메자닌의 구성과 발행조건도 하향조정됐다.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46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RCPS) 63만주, 3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37만주, 9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11만주 등을 발행해 총 850억원의 시설자금을 조달한다. 전량 보통주 전환을 가정하면 총발행주식 수 대비 3.9% 수준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금 조달 규모가 줄었다는 점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까지 약 1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발행을 추진했다. 대신 프라이빗에쿼티(PE)인 '대신-MYW 신기술투자조합’이 총액인수하고, 대신증권이 운용사로 참여해 셀다운(재판매)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기관투자자의 투심이 싸늘해 자금 조달 규모와 조건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회사 쪽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 때문이었다. 이같은 투심은 텀싯(거래제안서) 교부 과정에서 확인됐다.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초 엘앤에프가 구상하던 메자닌은 CPS(전환우선주)를 포함하고, 최근 평균 주가에 최대 20%의 할증이 붙는 등의 조건이 포함됐다. 리픽싱 조건 역시 없었다고 전해진다. CB나 RCPS의 경우 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작지만, CPS는 원금상환이 불가능해 사실상 주가상승 외에는 투자금 회수 방안이 없다. 이를 두고 IB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가) 최근 주가가 급상승한 것을 배경으로 지나친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엘앤에프가 CPS 대신 RCPS를 발행한 것은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탓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RCPS를 발행하면서 기준 주가 대비 10% 할인한 주당 7만3156원로 발행가액을 책정했다. 기관투자자에게 비교적 매력적인 조건으로 평가된다. 다만 리픽싱 조건은 없앴다. 투자자는 내년 2월 18일부터 2026년 2월 17일까지 1대 1의 비율로 우선주 전환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중소기업팀 담당자는 "올해 초 텀싯이 돌 때 IB업계 실무자들 사이에서 엘앤에프 관련 조건이 다소 특이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번 공시를 보니 비교적 평이하게 발행조건이 구성된 거 같다"고 말했다.

BW(37만주)와 CB(11만주) 역시 리픽싱 조항이 없다. 발행가액 역시 별도의 할인 없이 이자율 0%로 발행했다. RCPS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발행회사에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평가다. 전환기간은 내년 2월 17일부터 2026년 2월 17일까지다. 콜옵션 조항을 삽입해 향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CB물량이 가장 작은 것은 정관상 한도(150억원) 때문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엘앤에프의 유상증자 조항을 두고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했다.

엘앤에프의 실질적인 오너인 허제홍 대표는 모회사 새로닉스와 본인 및 동생 허제현 부사장 등의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회사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엘앤에프 최대주주 새로닉스 지분율은 16.41%(460만주), 허 대표는 2.49%(70만주), 허 부사장은 1.96%(55만주) 등이다. 허 대표는 새로닉스의 최대주주(21.04%)이기도 하다.

현재의 지분율을 감안하면 대규모 메자닌 발행 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발행하는 메자닌이 모두 보통주 전환된다고 해도 총 111만주 가량으로 총발행주식 수(2806만주) 대비 4% 수준이다. 엘앤에프는 기관투자자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위협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82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330만주) 역시 주주배정으로 진행, 새로닉스가 상당 부분(57만주) 인수했다.

유상증자와 더불어 엘앤에프의 자사주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엘앤에프가 대구에 조성하고 있는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 신규 설비 투자액만 21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상증자 조달액을 감안해도 약 500억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2016년 2월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약 374만주의 자사주를 확보했다. 총주식 수 대비 13.32%에 이르는 비중이다. 최근 주가(9일 종가) 8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3000억원에 이르는 가치다. 일부를 시장에 풀어 유동화하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해 "처음부터 정해진 조건은 없었으며, 주관사와 협의를 거쳐 회사에 유리하게 발행조건을 설정했다"면서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한 유입 금액이 있고, 현재 업황이 좋기 때문에 내부 재원을 토대로 후속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자사주 매각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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