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07:5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 C라고 했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서(Birth) 죽을 때까지(Death) 끝없는 선택(Choice)의 갈림길에 선다는 뜻이다. 매순간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효율적인 판단을 내려야만 하는 기업의 경영진이라면 느끼는 선택의 무게감은 더할 것이다.최근 경영진의 선택으로 눈길을 끄는 상장사가 있다. 바로 곡물 제분업체 '한탑'이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곳이다. 최초 발행예정주식총수는 650만주. 모집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예상 자금조달 규모는 대략 70억원이다. 운영자금을 마련해 원재료 매입에 쓴다는 계획이었다. 여기까지는 여느 코스닥 상장사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차이점은 신주 발행가액을 산출하는 방식에 있다.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상장사 대다수는 주가 변동성에 대비해 1, 2차 발행가액을 산정하고 둘 중 낮은 금액을 확정 발행가액으로 정한다.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도 20~40%로 넉넉히 하는 편이다. 신주 발행가액이 주가보다 저렴해야 일반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한탑 경영진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1차 발행가액만 산정한 이후 바로 확정발행가액을 정했다. 기준주가에 대한 할인율은 10%로 낮춰 자금조달 규모를 확대하고자 했다. 청약 미달로 인해 발생하는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해 수수료 부담 역시 최소화하려 했다. 업계에서는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위험을 어느 정도 감내한 공격적인 조달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경영진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신주 발행가액 확정 이후 주가가 하락한 것이 화근이다. 구주주 청약 전날 종가(2500원)가 발행가액(2580원)보다 낮은 상황이 연출됐다. 주주들은 시장가보다 발행가가 비싼 유상증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 결과는 26.5%라는 저조한 청약률로 돌아왔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도 최초 예정치인 70억원에도 못미치는 44억원에 머물렀다.
이번 유상증자는 한탑 입장에선 긴히 활용했어야 했다. 원재료 가격은 계속해서 치솟고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한탑은 투자부동산 처분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는 유상증자 실패를 자초한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외부적으로는 기존 주주조차 투자하지 않는 회사라는 오명을 해소해야 한다. 모두 순간의 선택이 낳은 후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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