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2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들 앞에서 런웨이를 걷는 구조는 같았다. 다만 런웨이 폭이 좁아져 마치 칼날 위를 걷는 심정이었고 지켜보는 투자자들도 '어디 한 번 넘어져만 봐라'하는 분위기였다"올해 2분기, 시리즈B를 연지 약 9개월 만에 목표액의 90%를 채우고 라운드를 마무리한 모 바이오텍 대표의 말이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텍·헬스케어들은 상반기 여러 악재 속에서 악전고투했다. 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얼어붙은 영향이다.
이 기간 펀딩을 마무리한 업체 중엔 당장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직원 급여 지급 문제에 맞딱뜨리는 곳들도 있었다. 피말리는 사투 끝에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텍은 그나마 다행이다. 펀딩을 마치지 못하고 하반기를 맞은 이들은 더욱 참담한 시장을 헤쳐나가야 한다.
지난했던 상반기 비상장 바이오텍 펀딩 시장에서도 결국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텍 또는 헬스케어 업체와 그렇지 못한 곳은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조달에 성공한 업체들을 모아보면 몇 가지 측면에서 기존 대비 의미있는 변화가 발견된다. 자금압박 속에서 무서운 여름나기 중인 여러 바이오텍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
첫째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와 타 산업군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헬스케어 업체 조달액 기준 톱픽인 비대면 진료 업체 닥터나우의 사례를 보자. 회사 사업, 수익창출 모델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기 전에 닥터나우에 베팅한 투자자 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닥터나우의 사업 핵심은 비대면 진료에서 오는 플랫폼 서비스다. 흔히 말하는 R&D 바이오텍, 의료기기 중심의 헬스케어와는 결이 다르다. 이번 시리즈 투자자들도 모두 바이오와는 거리가 있다. 바이오 섹터 VC들은 계속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 이외의 색채를 바탕으로 타 섹터를 움직인 사례로 해석된다.
둘째 과거와 달리 특정 적응증에 대한 R&D 하나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매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술과 R&D는 물론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R&D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경기 침체와 불황에 대비할 수 있는 기본 체력, 일종의 출구전략이나 대안도 수립해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상반기 조달액 톱5 업체 중 4곳이 치매 등 중추신경계질환 개발업체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작년까지 조달 상위를 항암신약 개발 업체가 싹쓸이하던 것과 대조된다. 투자자들은 CNS 치료제 개발업체의 매력을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을 함께 타깃할 수 있다는 데서 찾은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밸류를 낮추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높은 밸류로 얼어붙은 투심을 녹이는 것보다 쉽다.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올해 펀딩에 성공한 여러 업체들도 밸류와 자존심을 내려놓는 대신 실리를 챙겼다. 불황은 영원하지 않다. 결국 버티면 반등의 기회는 언제든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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