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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주도형 모태펀드' 꼭 지금이어야 할까 [thebell note]

이명관 기자공개 2022-08-16 08:06:27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2일 08:03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태펀드가 출범한 시기는 2005년이다. 30년을 기한으로 자금을 공급해 벤처투자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17년여가 흐른 지금 모태펀드는 8조원 넘는 자금을 굴리는 모펀드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도 판이 커졌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났다. 모태펀드로부터 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탈(VC)의 모험자금을 수혈받아 성장해나갔다. 그렇게 국내엔 10곳 넘는 유니콘이 탄생했다. 정부주도로 만들어진 모태펀드가 톡톡히 마중물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올해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모태펀드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조성하려고 하면서다. 이는 '민간주도 성장'이라는 새 정부의 국정 기조의 일환이다.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는 운용 주체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도 민간이 맡는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지 않는 컨셉이다.

민간주도형 모태펀드의 취지는 민간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민간 투자의 자생적 발전에 있다. 정잭자금은 성격상 목적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아 민간 모험자본과 매칭되는 과정에서 한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취지는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에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벤처캐피탈(VC) 시장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팬데믹 이후 그동안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제2의 벤처붐'에 흠뻑 취해 장밋빛 전망을 그리던 상황은 이제 과거형이다.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마저 축소되면 벤처캐피탈업계의 사정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빠진 자리를 민간이 대체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펀딩 시장을 보면 더욱 와닿는다. 대부분의 기관은 지갑을 닫았다. 금리상승 기조에 발맞춰 투자재원이 채권으로 쏠리고 있을 뿐이다. 벤처캐피탈의 몫은 없는 셈이다. 실제 상당수의 벤처캐피탈이 펀드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지는 분명 의미가 있지만 시기적으로 민간주도형 모태펀드 도입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들 모두 정부의 역할 축소에 우려를 나타냈고 있을 정도다. 오히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민간 출자자들에게 '나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민간의 참여가 보다 활발해지는 것은 자율성 측면에서 벤처투자 생태계의 또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만한 요소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모두 허황된 꿈일 뿐이다. 굳이 '지금' 민간주도형 모태펀드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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