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 시대’의 상징이다. 전국 주요 도시에 아파트 단지가 깔리고 국민 대부분의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다.지난 15년간 LH의 지상과제는 효율성이었다. 아파트를 빠르게 많이 지어서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꼭 아파트를 짓지 않더라도 아파트 단지나 산업 단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규모 택지를 확보하고 다져서 사업 주체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주요 임무였다.
급속한 성장도 함께 이뤄졌다. 2009년 6조원대에서 시작한 통합 LH 공사의 매출은 15년 사이 30조원 수준이 됐다. 2000년대 이전의 대한주택공사·한국토지공사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성장폭은 더 드라마틱하다. LH는 분명히 도시 개발 시대의 최대 수혜자 중 한 곳이다.
2020년대 들어 개발 시대는 종식을 맞고 있다. 최대 도시 서울에선 이제 대규모 개발 택지를 찾기 힘들어졌다. 경기도와 전국 주요 광역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땅이 있다하더라도 예전처럼 고민 없이 아파트를 마구 지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저출산 및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향후 20년 내에 기존 아파트들마저 상당수가 공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LH 존재의 이유였던 땅과 주택 공급이 대한민국 국민 삶의 우선순위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LH는 이제 물러나는 게 맞을까. 이한준 LH 사장이 최근 발표한 ‘새 비전’엔 이 고민의 결과가 담겨있다. 언뜻 보면 단순 구호차원의 몇 줄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필사적인 생존 의식이 담긴 체질개선안이다.
새 비전에서 강조된 가치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주택 공급의 관점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다. 환경이 키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가격보단 수요자들의 만족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도시개발의 관점이 새로운 건설보다 관리 및 재정비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맞춰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갈아엎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심지어 주택도시 ‘건설 회사’에서 도시 관리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관리의 시대'에선 예전처럼 가파른 성장을 맛보기는 힘들 수 있다.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던 기존 사업 영역을 대부분 내려놔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거’가 우리 삶에서 여전히 중요한 영역임은 분명하다. 방식은 바뀌겠지만 본질적 측면에서 LH 역할은 앞으로도 필요하다. 예컨대 아파트 공급의 규모보단 개별 세대간 층간소음을 해결하고 임대주택의 입지와 난방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등의 구상에서 LH의 존재의 이유를 다시 찾을 수 있다.
‘서비스 회사’를 지향점으로 꼽은 LH의 변화상은 최대주주인 국민 입장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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