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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라이벌 열전]'조 단위' 필요한 해상 투자금, 상반된 조달 전략④계열사 상장 준비하는 정기선, '모기업 지원' 약속한 김동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2-15 07:26:57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사업의 토양은 자본이다. 특히 선박기술 투자는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투자가 담보되지 않으면 뛰어들기조차 불가능한 영역이다. 친환경 선박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앞둔 HD현대와 한화오션이 각각 조단위의 장기 투자 플랜을 내놓은 이유다. 목적에도 친환경 투자를 못 박았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계획부터 지금까지 10년을 키워온 곳의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예상 시총만 3조~4조원에 육박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확보한 자금은 친환경 신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연계성이 낮은 풍력발전소는 모두 팔았고 그 대금도 친환경에 쏟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올해 목표를 한화오션의 정상화와 친환경 체질 개선으로 잡았다. 인수 직후 조단위 투자를 약속하고 집행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 중이다.

◇'5개년 투자계획' 정기선이 키운 마린솔루션 재원으로

2022년 현대중공업지주는 사명을 HD현대로 변경하고 정기선 당시 사장을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현대그룹 계열 분리 20년 만에 사명을 바꿨다. 본격적인 정기선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HD현대라는 새 깃발 앞에 선 정 부회장은 5개년 투자계획을 발표한다.

2026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과 디지털 분야 등 미래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건설기계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사업에 12조원을 투입하고 친환경 연구개발(R&D) 분야에 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미래 에너지 부문도 친환경 선박 등과 뗄래야 뗄 수 없다. 투자 예상금액의 대부분이 친환경 관련 분야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열린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우로부터 두 번째)은 5개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HD현대

재원의 키 중 하나는 계열사 상장이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정 부회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친환경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상반기 IPO가 예정된 예상 시총 1조원 이상의 대어는 두 곳인데 이중 HD현대마린솔루션의 몸값은 3조~4조로 추정된다. 올해 전체로 폭을 넓혀도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제외하면 규모로 대적할 곳이 없다. HD현대가 62%,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38% 보유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과 상장, 재원의 신사업 투자 선순환은 정 부회장에게도 의미가 크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탄생부터 성장까지 정 부회장이 주도한 곳이다. 2014년 일찌감치 선박 애프터서비스(AS)의 가치를 꿰뚫어본 덕이다. 특히 HD현대마린솔루션의 주력 사업은 친환경선박 개조다. 친환경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시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셈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하반기 IPO를 추진하며 내부에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KB투자증권을 주관사로 확정했다. 12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심사가 진행 중으로 상반기에는 기업공개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의 의지는 Pre 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친환경 등 신사업에 투입하는 것으로 이미 증명한 바 있다. HD현대는 2021년 프리IPO를 진행하고 8000억원을 확보했다. KKR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지분 38%를 인수하며 6460억원을 지불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보유현금 1500억원을 배당받아 매각대금을 포함해 약 8000억원이 채워졌다. KKR은 당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약 2조원으로 봤다. HD현대는 이 자금을 수소와 에너지 등 미래사업 육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계성이 낮은 포트폴리오는 과감히 매각했다. HD현대의 중간 조선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육상풍력 발전소를 모두 매각했다. 창죽풍력발전, 태백귀네미풍력발전, 태백풍력발전, 평창풍력발전 등이다. 매각 금액은 300억원 수준이다. 한국남부발전에 매각해 발전소별로 각각 119억원, 82억원, 77억원, 38억원을 확보했다.

매각 대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에 재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기계전기연구소와 SD사업부 등에 집행하기로 했다. 기계전기연구소는 미래 선박기술과 친환경 선박시스템 등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D사업부는 2021년 신설된 부서로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원 처리 시스템과 친환경 선박 솔루션 등을 개발·제조·판매하고 있다.

◇올해 흑자전환 기대하는 한화오션, 신사업 투자는 그룹에 기댈 때

김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조원 규모의 한화오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오션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고 영업이익도 적자인 만큼 정상화에 투입될 수도 있었지만 한화오션은 전액을 신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2조원 중 초격차 방산에 9000억원, 친환경 선박에 6000억원, 해상 풍력 밸류체인 관련 2000억원, 스마트야드에 3000억원을 사용한다는 계획이었다. 방산과 친환경 등 김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영역이 간판 투자처였다. 실제 조달금액은 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부문 투자금액은 유지하거나 늘렸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한화오션 인수 직후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한화오션의 정상화 등을 언급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5700억원을 친환경 연료 기술과 함정 건조 시설, 생산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위한 스마트 야드 등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해상 풍력 사업을 위한 지분 인수에도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정 금액보다 1000억원 증가했다.

한화오션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하며 흥행을 주도했다. 한화시스템이 약 2000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약 390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오션이 신사업 투자금액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건 아직 영업이익이 적자라서다. 지난해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적자 규모는 2022년 1조6136억원에서 지난해 1918억원으로 줄었지만 신사업에 조단위 투자를 할 만한 체력은 갖추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올해를 한화오션의 흑자전환 원년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올해부터 한화오션도 천천히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2월 한화오션에코텍이 순천과 광양 소재 공장 부지 및 생산 설비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비유동자산을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이 자본조달을 위해 한화오션에코텍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한화오션에코텍은 고부가가치 조선 기자재를 생산하는 한화오션의 자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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