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07: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배가 부를 때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다만 곳간에 쌀가마가 가득 쌓였다고 해서 모두 인심이 나진 않는 것 같다.일례로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익잉여금이 매년 차곡차곡 늘었다. 2019년 말 3조6583억원이던 연결 이익잉여금은 매해 몸집을 늘리다 2022년에는 4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9월 말에는 4조1299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4% 늘었다.
이익잉여금을 매해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엔 주당 현금배당금이 자리 잡고 있다. 주당 현금배당금 규모를 늘려오기는 했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2019년과 2020년 주당 현금배당금은 1000원으로 동결됐다 2021년 들어 1100원, 2022년 1300원으로 늘었다.
이익잉여금은 배당의 재원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이나 상여 등을 하고 남은 이익의 누적을 말한다. 돈을 풀기 보다는 쌓기를 선호했다는 의미다.
물론 이익잉여금을 모두 배당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익잉여금을 쌓는 데에는 투자 재원 확보와 비상 자금 활용에 대한 목적이 있다. 또 이익잉여금이 많으면 재무건전성 높아져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할 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곳간을 더 활짝 열어야 할 때다. 현대백화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3배로 주가가 장부상 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현재의 주식 가치가 훨씬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고려한 듯 현대백화점은 배당정책을 조금씩 손보고 있다. 배당 예측가능성 높이기에 초점을 맞추며 주주환원책 개선에 나섰다. 중장기 배당 정책을 발표하고 이달 주주총회에서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을 때 내린 결정이라 진정성이 느껴진다. 지난해 연결 기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3035억원으로 전년보다 5.4% 감소했으며 매출도 4조2075억원으로 16.1% 줄었다. 408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하기도 했다.
대외 환경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동안 쌓아놓은 쌀가마가 많다. 곳간 문을 더 열어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오래 묵은 쌀가마 안에는 벌레가 생기기 마련이다. 묵히면 썩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지금은 곳간을 열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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